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100대 도입 위해 장남 조원태 부사장과 파리행
"덮어놓고 넘겨주는게 아니라 능력 있어야 승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를 시사했다. 하지만 역할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론에는 변함이 없었다.
조 회장은 그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와 항공기 도입계약을 위해 16일(현지시간) 파리 에어쇼에 참가했다.
그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업승계에 대해 "덮어놓고 다음 세대에 (기업을)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어야 물려준다"며 "세 명이 각자 전문성이 있으니 전문성을 최대로 살리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에게는 조 대표 외에도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를 슬하에 두고 있다.
맏딸인 조 전 부사장은 땅콩 회항' 발생 전까지 대한항공의 서비스 담당 최고위 임원(대한항공 기내식기판본부 및 호텔사업본부 본부장 및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등)으로 활동하면서 대한항공의 서비스 질을 향상에 힘썼다.
조 전무의 경우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및 여객마케팅을 전담하면서 대한항공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 등을 담당하고 있다.
조 회장은 "(자식들이) 눈물을 흘려보고 찬밥도 먹어보고 고생도 해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땅콩 회항으로 수감됐다가 최근 풀려난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한진가 3세들이 스스로 한진그룹에 필요한 인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조 회장은 이날 자리에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과 동행한 것에 대해 "비행기에는 마케팅, 정비 등 여러 측면이 있다"면서 "훈련을 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날 13조원을 들여 항공기 102대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한항공의 향후 50년을 준비하는 대계를 마련하는 자리인 만큼 조 대표와 함께 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조 대표는 대한항공의 경영 총괄(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부사장, 경영지원실장) 및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로 활동하면서 조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계약으로 보잉사의 B737MAX-8기 총 50대, 에어버스사의 A321NEO 기 총 50대 등 총 100대의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키로 했다. 또 B777-300ER 2대도 추가로 들여온다. 대한항공이 신규 도입하는 항공기의 연료효율성은 기존보다 15~20% 높다. 향후 대한항공의 수익성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계약을 통해 지난 2006년 최신예 대형항공기인 A380 10대 도입 계약을 시작으로 진행됐던 장거리용 항공기 최신화 작업에 이어 중·단거리 항공기의 리뉴얼까지 마무리한다. 대한항공은 이날 계약한 항공기를 한진그룹 50주년인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2025년까지 들여온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은 '땅콩 회항'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소통 광장을 만들어 직원이 원하는 바를 듣고 경직된 것을 뚫어주고 고쳐주라고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전직원이 회사에 건의하는 바를 올릴 수 있는 '소통광장'을 사내 인트라넷에 개설했다. 이후 조 회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경영진은 수시로 이곳을 확인하며 직원들의 의견을 회사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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