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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13년전 ‘2002 한일 월드컵’ 사진을 꺼내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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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여론 우세하자 “폴 싱어 회장, 붉은악마 복장으로 한국 응원” 황당 언론플레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캐스팅보트로 주목 받던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견으로 기울자 다급해진 엘리엇이 13년전에 찍은 폴 싱어 회장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붉은 악마’ 복장을 한 채 지인들과 함께 찍은 이 사진 한장을 엘리엇이 꺼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폴 싱어 회장이 지난 2002년 붉은 악마 복장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보도자료 내용은 간략하다. 엘리엇에 대한 설명도 없고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된 내용도 없다. 폴 싱어 회장이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 진출에 성공하자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뉴욕에서 한국을 방문해 직접 경기를 관람했다는 것이 전부다.


재계 관계자는 “시종일관 합병과 관련한 짧은 입장만을 내 놓고 인터뷰도 일체 하지 않았던 엘리엇이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쪽으로 입장이 기울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뷰도 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불편한 언론플레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한국에 큰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을 위해 나섰다고 항변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간 엘리엇의 행적을 살펴보면 국적, 기업에 대한 애정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수익만을 위해 무자비하게 글로벌 IT 기업들을 공격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엘리엇은 지금까지 공격해온 기업들은 미국 출신의 글로벌 IT업체들을 많다. 급성장한 IT 기업들은 성장성만을 구가해 왔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약하고 경영진 대다수가 장기 소송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행동주의 투자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엘리엇은 지난해 글로벌 1위 스토리지 업체 EMC의 지분 2%를 취득한 뒤 EMC의 자회사 VM웨어의 분사를 요구했다. VM웨어는 가상화 기술을 가진 회사로 EMC가 인수합병(M&A)를 통해 인수한 회사다. EMC의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이다.


엘리엇은 EMC의 현 주가를 올려야 겠다며 미래 신성장동력을 떼어 내자고 제안한 것이다. 결국 EMC 경영진은 VM웨어의 분사 대신 이사회 멤버에 엘리엇측의 우호 인사 2명을 추가해야만 했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리버베드는 엘리엇이 공격을 시작한 뒤 사모펀드에 매각했으며 리눅스 전문 업체로 주목 받던 노벨 역시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 BMC 역시 지난 2013년 엘리엇이 9.6%의 지분을 보유한 뒤 구조조정을 겪다가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한때 시스코와 라우터 시장을 놓고 혈전을 벌였던 주니퍼네트웍스는 지난해 엘리엇이 지분 9%를 매입한 뒤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주가 부양을 위해 3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했다. 이후 인력 구조조정, 모바일 보안사업부 매각 등의 조치가 이어졌고 최고경영자(CEO)도 1년만에 사임하며 회사의 사세가 완전히 기울었다.


시트릭스 역시 엘리엇이 지분 7.1%를 매각한 뒤 사업부 매각, 분사, 자사주 매입, 비용절감 등의 요구에 나서며 몸살을 겪고 있다. 엘리엇이 공격한 회사들이 주목 받던 미래 성장동력들을 매각하며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었지만 대부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업 대부분이 미국계 회사다. 13년전 한일월드컵 사진을 꺼내 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강조하는 엘리엇에게는 애국심이나 애정이 존재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수익만이 전부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미국 회사들에게 행한 일들을 보면 애국심이나 애정과는 전혀 관련없다는 점을 알수 있다”면서 “수익만이 전부인 벌처펀드의 수장이 한국 사랑을 강조하고 나선 점은 국민연금이 찬성 의견으로 기울며 표대결에서 불리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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