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해 '8ㆍ15 사면'이 필요하다고 밝히자 재계는 즉각 환영하면서 가석방보다는 사면을 더 바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의, 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그간 경제위기 극복에 기업과 기업인이 앞장설 수 있도록 옥중이거나 와병중인 기업인에 대해 가석방 요건이 갖춰질 경우 가석방이 필요하며 사면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경제단체들은 주요 기업 오너를 포함한 사면 대상 경제인명단을 작성해 법무부에 제출하고 필요할 경우 탄원서도 함께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재계는 지난 9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연 뒤 채택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에서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이나 가석방을 요청한 바 있다.
30대그룹 사장단 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서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제계가 꼽고 있는 사면대상 인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다.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법정구속됐으며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아 2년 6개월째 수감중이다.
법정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켰고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 회장은 건강상태가 다소 좋지 않지만 수감 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생인 최 부회장도 징역 3년6월을 받아 수감 중이며 이미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웠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총수 일가 형제가 동시에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옥고를 치르면서 인수합병(M&A) 등 경영전략 수립과 대규모 투자 단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총수 공백의 한계를 실감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가석방보다는 경영 전반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혀준다는 의미에서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횡령과 배임ㆍ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만성 신부전증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받았으나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구본상 전 부회장도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작년 7월 징역 4년을 확정받고 3년 가까이 복역 중이다.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은 2011년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병보석으로 풀려나 투병 중이다. 간암 3기 판정을 받았지만 간이식을 하지 못하고 있고 장기간의 입원으로 우울증도 있다고 한다. 그의 모친인 이선애 여사도 형집행정기기간 중인 지난 5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도 사면이 필요한 경우다. 그가 대표이사직에 복귀하려면 집행유예 기간 5년을 채우고도 법에서 정한 기간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특별사면은 김영삼 정부 시절 9차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각 8차례, 이명박 정부 7차례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설 특사'를 생계형 범죄자에 한해 단행한 것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내수 및 수출 부진으로 고전을 겪는 기업에 검찰 수사, 압수수색, 총수구속 등의 이슈까지 터지면서 제대로 된 경영계획은 커녕 대외 신인도까지 떨어지는 악수가 거듭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인 '격려'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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