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핀란드 의회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AFP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원내 2당인 핀란드인당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핀란드인당의 성향은 반유럽연합(EU)·극우다. 핀란드인당의 당수인 티모 소이니 외무장관은 그간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떠나는 것이 더 낫다"며 여러 차례 그렉시트를 주장해왔다.
핀란드인당은 정부가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을 수용한다면 더 이상 정부를 지지할 수 없다며 연정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핀란드인당이 연정에서 빠지면 과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핀란드 정국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현재 핀란드 연정은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상위 3개 당인 중도당과 핀란드인당,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연합당으로 이뤄져 있다. 3개 당의 의석 수는 각각 49석, 38석, 37석으로 전체 200석 가운데 124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은 최다 의석을 가진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 34석을 포함해 총 76석을 확보하고 있다.
핀란드인당이 그리스 구제금융을 거부하면서 핀란드 의회의 그랜드위원회(grand committee)는 의회의 입장을 정리해 정부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과 관련해 하나의 과제(mandate)를 부여했다. 그랜드위원회가 정부에 부여한 과제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 중인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알렉스 스터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현재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랜드위원회가 자신에게 어떤 과제를 부여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핀란드 정부 대변인도 그 과제는 비공개 사항이며 핀란드 대표단도 공객적으로 이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위원회는 유럽연합(EU)과 관련된 업무를 주요 담당한다. 핀란드 의회 16개 상임위원회 중 소속 의원 수가 25명으로 가장 많다.
그리스는 현재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이며, 그리스 지원안은 유럽연합(EU) 각 회원국의 비준을 얻어야 한다. 핀란드는 그리스 금융지원과 관련한 협상은 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랜드위원회가 핀란드인당의 입장을 수용해 스터브 재무장관에게 과제를 부여했다면 그렉시트를 종용하는 결정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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