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지도부 구성 위해 유 원내대표 이어 김 대표 압박할 수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최일권 기자] '유승민 거취 정국'이 분수령을 맞이하면서 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운명도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들은 한 때 친박 중에서도 핵심에 있었지만 이후에는 비박계로 돌아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에는 청와대 문건 파동 배후로 지목되기도 해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같은 배를 탈 수도, 아니면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된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르는 최대 관건은 유 원내대표의 선택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선택한다면 '김-유' 투톱 체제는 즉각 무너지게 된다. 반면 거부할 경우에는 당분간 체제가 유지될 수 있지만 지속성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든지, 아니면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지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유 원내대표는 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거취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투톱 체제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관계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의 거취와 선택에 따라 여권내 권력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비박계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그대로 유지될 수도, 친박으로 바뀔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비박계 와해의 서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의 생존이 달린 만큼 다툼은 더욱 격렬해지고 김 대표도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시나리오는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경우 친박계 인사를 원내대표로 앉히고 이후 친박성향의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비상대책위원회가 가동돼 김무성 대표는 물러나게 된다. 이후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친박 인사를 새 대표로 선출하게 된다.
친박계가 김 대표까지 사정권에 넣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김 대표가 추진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자리잡고 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 후보를 유권자들이 선출하도록 한 것인데, 친박계는 이 제도가 비박중심의 당내 계파 구도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즉, 오픈프라이머리는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만큼 당내 세력을 확장하려는 친박계 입장에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에 대해 섣불리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칫 유 원내대표 축출에 가세할 경우 본인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가 불거진 이후 김 대표 행보를 보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주 초까지만해도 "대통령을 이길 수 있겠냐"고 했지만 이후에는 침묵모드로 접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대표 주변에서는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일부 측근은 "당대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또 다른 측근은 "유 원내대표가 왜 물러나야 하냐"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친박계 일부는 김 대표를 타깃으로 한 확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김 대표까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 라인 결별을 통한 비박계 갈라놓기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미온적인 김 대표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에서 김 대표와 나란히 배석했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단 유 원내대표 버티기 때문에 국정이 마비됐다는 점을 부각하며 김 대표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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