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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섬여담]압력없이 작성한 보고서…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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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지난달 30일 다급히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리서치보고서를 수정했으니 기사도 고쳐달라는 요청이었다. 전화를 걸어온 곳은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 그날 노무라는 현대중공업에 대해 목표주가를 내리고, 올해와 내년 현대중공업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리스 사태가 불거진 가운데 공격적인 그리스 관련 대형 선박 수주량으로 현대중공업의 그리스 고객 비중이 비교적 높다고도 지적했다.


그런데 노무라 측에서 본인들이 보고서를 잘못 냈다고 했다. 내년 영업손실이 아닌 50억원 흑자를 전망했는데 잘못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단순 실수일수도 있다고 봤다. 그런데 노무라는 더 나아가 보고서 내용 중 '공격적인 그리스 관련 대형 선박 수주량'에서 '그리스 관련'은 삭제해달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에서 노무라 보고서 내용에 대해 항의했다는 이유에서다.

전화는 그날 저녁 한 번 더 왔다. 노무라는 또다시 현대중공업 보고서를 수정했다고 알려왔다. 현대중공업의 그리스 수주 비중이 다른 경쟁사보다 더 높다는 내용을 아예 삭제했으니 기사에서도 이 부분을 지워달라는 내용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노무라 쪽에 얼마나 큰 압박을 해왔는지 짐작할만한 대목이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현대백화점과 토러스투자증권이 보고서로 잡음을 냈다. 지난달 15일 토러스는 보고서를 통해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SK네트웍스신세계가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현대백화점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자 현대백화점 부사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에게 보고서 삭제, 보고서 인용 언론기사 삭제, 사과문 게재 등을 요구했다. 해당 연구원은 현대백화점 측에서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했고, 폭언을 일삼았다고 SNS에서 밝혔다.

증권사 보고서 말미에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됐음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들의 외압, 독립성 침해가 상당한 셈이다. 이는 매도의견 보고서가 가뭄에 콩 나듯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증권사의 매도의견 보고서는 0.1% 미만이다. 매수가 90.9%로 대다수다. 외압을 그나마 덜 받는 외국계 증권사도 매도의견이 9.2%에 불과하다.


연구원들이 기업 눈치를 보는 이유는 불이익 우려 때문이다. 기업들은 주식ㆍ채권 발행 시 물량 미배정이나 기업탐방 시 해당 증권사 배제 등으로 증권사를 차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투자자들을 속이고 투자환경을 흐리는 잘못된 관행이다. 불투명한 정보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다행히도 최근 금융당국에서 매도리포트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증권업계와 기업들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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