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술이술이 마술이 (38) 싱하
'싱하' 이름은 전설속 사자서 유래…한 때 위기 맞았지만 맛으로 재도약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인도차이나 반도는 태국을 중심으로 서쪽인 미얀마와 말레이시아는 영국, 동쪽인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태국은 이들 열강들 사이에 있으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립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국 국민의 자국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히 높다. 자국의 독립을 지켜낸 태국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신망도 높으며 왕실의 권위는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한 태국에서 왕실의 공식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보증수표와 다름없는 효과가 있다.
태국 1위 맥주이자 이 나라의 맥주역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싱하맥주(SINGHA Beer)'는 태국 왕실의 권위와 명성을 이어받은 유일한 맥주다.
싱하라는 단어는 태국의 전통과 관련이 깊다. 원래 산스크리스트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사자'를 의미하는데 태국을 수호하는 상상속의 전설적인 동물이다. 태국의 유명 사원 등 역사적인 장소 곳곳에서 이 동물의 형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싱하맥주를 생산하는 분럿브루어리(Boonrawd Brewery)는 1933년 싱하맥주를 출시한 후 1939년 태국 왕실로부터 '싱하'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공식 승인을 받았다. 분럿브루어리는 태국 최초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태국의 명문가 비롬박디(Bhirom Bhakdi) 가문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비롬박디 가문은 싱하맥주를 만들기 위해 독일과 덴마크에서 양조기술을 배우고 귀국해 1933년 7종의 맥주를 태국에 선보였다. 이 가운데 유럽 스타일의 라거맥주인 싱하를 대표맥주로 선택했다.
독일의 맥주 순수령에 따른 올 몰트 맥주로, 100% 보리맥주 본연의 풍부한 풀바디감과 독일산 효모와 홉의 쌉쌀한 맛이 특징으로 오랜 기간동안 태국의 국민맥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러한 싱하도 한때 국민맥주의 위상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1995년 태국 아유타야주 방반 지역에 세워진 맥주회사 타이베브가 선보인 '창(Chang)' 맥주가 짧은 시간동안 인기를 끌면서 초고속 성장해 한때 업계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분럿브루어리는 위기 타개를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2007년 싱하의 알코올 도수를 6%에서 5%로 낮추고 새롭게 선보이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는 태국 내 시장점유율 70%로 1위를 탈환했다.
유럽식 프리미엄 라거를 지향하는 싱하는 세계적으로도 품질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벨기에 품평회에서 퀄리티(Quality)메달을, 오스트레일리아 AIBA(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에서 금상, 일본 오사카 IBS(International Beer Summit)에서도 금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는 아시아맥주 톱(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싱하는 프리미어리그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1, LA다저스 등 해외스포츠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하이트진로와 제휴를 맺고 하이트진로의 유통망을 통해 2014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양사 간의 제휴는 2011년 하이트진로가 태국 증류주시장 진출을 위해 분럿브루어리와 파트너 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분럿브루어리를 통해 참이슬, 참이슬 클래식, 진로24 등 소주제품을 태국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