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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야당의원 땐 찬성, 지금은 반대…국회법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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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야당의원 땐 찬성, 지금은 반대…국회법 뭐가 다른가 (사진제공 :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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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며 25일 거부권을 행사한 박근혜 대통령이 정작 야당의원 시절에는 같은 취지의 법안에 찬성한 적이 있어 모순적 행태라는 비판이 일자 청와대가 각 법안을 비교하며 그렇지 않다고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98년 안상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다. 청와대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이란 조건이 붙어 있으므로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법률안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행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가 아니며 위헌이 아니므로 당시 초선의원이던 박 대통령이 찬성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 변정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국회 상임위가 정기적으로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거나 적정하지 않은 경우 시정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시정요구할 수 있음에 그치고 그에 대한 정부의 처리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며 역시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한 법률안이었다고 밝혔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찬성했다는 같은 이유다. 두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모두 폐기됐다.


그러나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문제의 국회법 개정안은 강제성이 있으므로 앞선 두 법률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이 제출한 대통령령ㆍ총리령ㆍ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은 수정ㆍ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강제성 논란에 위헌소지 의견이 제기되자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위 법률안의 문구가 수정돼 정부에 이송됐다. 수정ㆍ변경 '요구'가 '요청'으로 바뀐 것이다.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도 '검토해 보고해야 한다'로 바꾸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는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주장대로 위 법안의 강제성이 분명해 정부의 재량권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 법안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수정을 요청하고, 요청 받으면 처리해 보고해야 한다'는 문구를 청와대는 "국회가 요청한 그대로 처리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 앞선 두 개정안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해명자료에서 밝혔다.


'강제성 여부'만을 놓고 제기되는 엇갈린 해석은 최근 있은 두 법률학자 간 토론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허영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은 2일 한 신문사 칼럼을 통해 최근의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칼럼에서 "국회가 구체적인 수정ㆍ변경 내용을 정부에 요구(추후 요청으로 변경)하고 정부는 그 내용을 그대로 처리해서 보고하도록 한 취지라면 분명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수정ㆍ변경 요구권'은 '수정ㆍ변경 지시'가 되고 정부는 그 지시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지시이행의 의무만을 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해 위헌소지에 힘을 싣는 주장이다.


그러나 장진영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실었다. 그는 허 교수가 칼럼에서 '분명 행정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한 것을 두고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는 것인가 침해할 가능성만 있다는 것인가 알 수 없다. 그런데 제목은 행정입법권을 침해한다고 '분명'하게 썼다"며 논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또 '그대로 처리해서 보고하도록 한 취지라면 행정입법권 침해 소지가 크다'라며 조건을 단 것 역시 "가정법을 쓴 이유는 입법자의 의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법자의 의도라는 것은 법에 나타나 있지도 않고 원래 잘 알기 어려운 법"이라며 "입법자가 강제성을 부여하려는 취지였다면 법을 잘못 만든 것"이라고 했다.


장 변호사는 "(국회법 개정안에는) 국회가 수정, 변경을 요구(추후 요청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것과 정부는 이를 처리해서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는 것 2가지만 규정되어 있다. 어디에도 정부가 국회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 않다. 별도의 강제규정이나 벌칙 규정도 없다"고 봤다. 그는 "그렇다면 문언만으로도 강제규정이 아니다. 강제규정이 아니면 정부는 그대로 따라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며 강제성이 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쪽에 힘을 실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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