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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칼럼]이제라도 네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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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칼럼]이제라도 네 삶을 살아라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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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김양에게!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동시합격 보도가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난 이후 상심에 빠져 있을 김양에게 공개편지를 쓴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라고 고민하다 펜을 들었습니다. '천재소녀의 거짓말'이라는 언론의 비아냥에 더해 상처에 소금 뿌리는 식의 췌언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양 또래의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김양이 다녔던 그 유명한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TJ과학고)가 소재한 미국 버지니아주에 한때 거주한 바 있기에 그 학교의 사정에 대해 조금은 아는 편이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나는 왜 김양이 그런 어이없는 거짓말을 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자녀들의 성공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압박과 십대 자신들의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비롯됐다고 크게 보도할 정도로 국제적 망신사태로 비화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학교 학생과장은 '작은 연못에서 큰 고기로만 살다가 바깥 세상에 더 큰 고기가 있다는 것과 자신이 그저 수많은 별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TJ과학고는 미국에서도 최고 수준의 공립영재학교입니다. 버지니아주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은 다 이 학교에 몰려들고 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 온 김양으로서는 이 학교에서 제대로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좋은 학교에 진학했으니 부모님들은 당연히 아이비리그에 진학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TJ과학고는 매년 480명 졸업생 가운데 아이비리그 대학에 50여명이 진학하고, 미국 10대 공립대학이라는 버지니아대학에만도 졸업생의 3분의 1이 진학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수치로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로 이 학교 학생의 아이비리그 진학은 그리 쉽지 않아서 김양도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은 고교 내신성적이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지요. 즉 TJ과학고에 재학한다는 사실이 실제 대학 진학 시에는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TJ과학고는 최근 5년 동안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에서 2400점 만점에 학생 평균 2200점 이상을 획득할 정도이니 내신성적으로 인한 상대적 불이익은 당연할 것입니다. 유명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을 김양의 처지는 힘들고 고달팠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은 이미 파국으로 끝났습니다. 하여 김양에게 당부하고 싶습니다. 이제 주위의 과잉기대와 그로 인한 압박감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봤으면 싶습니다. TJ과학고에 입학할 정도면 이미 김양은 이 사회의 그 누구보다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성공을 이룰 자질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현재 상황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혹시 시간이 있으면 두 권의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예일대 영문학과 교수 출신 윌리엄 데레저위츠가 쓴 '공부의 배신; 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와 일본의 저명한 탐사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동경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명문대의 간판이 결코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인생을 설계하고 출발하길 빕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김양은 비록 하버드대는 합격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에 못지않은 유수한 대학의 합격증을 받았으리라고 짐작됩니다. 거기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분명히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진정으로 그리 되길 기원합니다. 김양과 같은 청춘의 좌절을 경험했던 인생의 선배로서, 그리고 비슷한 고통을 겪은 딸을 둔 동시대의 아버지로서 이 글을 올립니다.






윤승용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장/전북대 초빙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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