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그리스 사태의 결론이 이번주 뉴욕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금융 협상을 이달 말까지 타결해야 하는데 그리스와 채권단은 지난주까지 벼랑 끝 대치를 지속했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젠 정말 벼랑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현재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이 있을지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리고 있다. 별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는 자체가 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 요소이기 때문에 당장 이번주 시장 흐름에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모처럼 동반 상승했다. 그리스 사태야 어찌됐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다른 불확실성 요소를 해소한 덕분이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지난주 각각 0.65%, 0.76% 상승해 2주 연속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1.30% 오르며 4주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은 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1.55% 상승했다.
◆22일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 그리스 사태는 말 그대로 갈데까지 간 상황이다. 지난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고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22일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지난주 그리스 은행들에서는 42억유로의 자금이 빠졌나갔다.
일각에서는 긴급 소집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벼랑 끝 대치를 계속하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파국을 면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존타그자이퉁이 20일 온라인에서 공개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기고에서도 합의 여지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고에서 바루파키스 장관은 22일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혹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리스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느냐 여부는 채권단의 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바루파키스 장관은 이전 정부들처럼 긴축을 요구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좀더 양보한 결정을 갖고 22일 브뤼셀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그리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되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그렉시트에 대한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22일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는 약간 결이 다르다. 루 장관은 그렉시트는 그리스 경제와 국민들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들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美 1분기 GDP 상향조정= FOMC가 마무리되면서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주목도는 다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 의장은 지난주 FOMC에서도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미국 경제지표에 달려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계속해서 경제지표의 희비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의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소(NBER) 포럼에서 "경제 지표에 달려있긴 하지만 올해 안에 두번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다소 부담스러운 발언을 내놓았다.
이번주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경제지표는 24일 미 상무부가 공개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다. 1분기 GDP 증가율은 애초 플러스였으나 지난달 수정치 발표 때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1분기 GDP 증가율의 마이너스 반전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재료였다. 하지만 이번 확정치에서 1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7%(연율 기준)에서 -0.2%로 상향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는 셈이다.
1분기 GDP와 달리 25일 상무부가 발표할 또 다른 지표인 5월 개인소비와 개인소득은 GDP로 높아진 부담감을 다시 낮춰줄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물가 지표로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함께 발표되는데 근원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4월과 동일한 1.2%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기존주택매매(22일) 5월 내구재 주문, 5월 신규 주택매매(이상 23일) 등도 공개되는데 최근 미국 고용과 소비 지표가 양호했던만큼 전반적으로 경제지표는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베리가 23일, 몬산토가 24일, 나이키가 25일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주주총회는 23일 소니, 24일 야후가 예정돼 있다.
애플은 26일부터 애플워치 판매 국가를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멕시코, 싱가포르, 스페인, 스위스, 대만 등으로 확대한다.
◆이란 핵협상·러시아 제재 연장= HSBC 은행과 시장조사업체 마킷은 공동집계한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를 23일 공개한다. 유로존 제조업 PMI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52.0을 기록하고 중국 제조업 PMI는 0.2포인트 오른 49.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26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공개한다. 일본은행(BOJㆍ일본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CPI 상승률은 6월에 0%를 기록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5월 상승률은 0.3%였다.
이번주에는 EU 정상회의 외에 여러 국제 문제를 다룰 다양한 회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가 열리는 22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이란 핵협상 최후 협상이 시작된다. 이란의 핵협상 데드라인도 이달 말이다.
같은날 룩셈부르크에서는 EU 외교장관들이 모여 러시아 제재 6개월 연장안 승인 절차를 밟는다. EU 28개 회원국 대사들은 7월 말 시한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내년 1월까지 6개월 연장키로 지난 17일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독일, 프랑스 4개국 외무장관은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도 24~25일 브뤼셀에서 진행된다.
25~26일 EU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원래 주요 의제는 영국이 문제를 제기한 이민자 정책에 대한 것인데 그리스가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도 높다.
23~24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미.중 7차 전략경제대화가 진행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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