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교육부가 내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획재정부에 2016년도 예산을 요구하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빼놓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2조원 가량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요구했다가 최종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바 있다. 예산반영이 좌절되자 이번에는 교육당국이 누리과정 예산을 요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방채 발행시 이자를 부담하고, 목적예비비를 집행했다는 것으로 지원을 마무리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시·도교육청은 여전히 교육부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올해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는 소동을 있었고, 시도교육청에서 목적예비비 등으로 추경 편성을 하고 있지만 누리과정 예산이 모두 확보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내년 예산에는 편성 요구마저 하지 않아 누리과정 지원에 대한 기대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일선 어린이집 운영은 또다시 크게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부분의 지역교육청이 예산부족으로 지방채를 발행해가면서 누리과정 지원을 하고 있으나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힘겨루기 속에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지방채 이자를 부담한다는 명목으로 예산 요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시·도교육청에 빚만 떠넘긴 채 현장의 혼란은 나몰라라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을 예산 요구안에서 제외하면서 다른 공약사항인 고교 무상교육에 2461억원을 편성했다. 고교 무상교육 국고지원 근거로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이 누리과정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시·도교육청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까지 부담시키면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 부담이 크다는 것을 교육부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시·도교육청이 앞장서 해결하라는 것은 모순이다.
더욱이 이로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면서 여당도 장담했던 보육 국가완전책임제는 완전히 물건너가는 모습이다. 여당의 직전 대표를 지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예산요구를 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완전히 공약 사실 자체를 까맣게 잊은 것으로 읽힌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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