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파행 위기를 한차례 넘긴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으로 목적예비비와 교부금지방채 등을 보냈지만 여전히 누리과정 예산이 모자라 부족분을 서로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주부터 각 시도교육청은 추경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추경 예산안에는 누리과정에 대한 교육부의 목적예비비, 교부금지방채 등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2015년 본예산 대비 4318억원(5.6%) 증가한 8조1219억원으로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이날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추경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누리과정 예산이다. 시교육청은 중앙정부에서 받은 목적예비비와 교부금지방채 1952억원과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인건비, 사업비 등을 조정해 만든 531억원으로 누리과정 9개월치 운영예산인 2483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최종적으로 누리과정 15일치 운영 예산인 147억원은 편성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을 위해 인건비, 사업비를 줄였다"며 "(추경예산에 미편성한) 147억원에 대해서는 교육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한때 부족분을 자체 지방채로 충당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자체 지방채가 지방교육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는 빚내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하지만 이 또한 결국 우리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에서 예산 지원을 받으면서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던 시교육청이 이번 추경예산 편성에 531억원의 자체재원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교사들의 복지비나 사업비를 줄여 만든 돈"이라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에 누리과정이 들어와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하는 사안을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전가시켜 놓으니 다들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인천은 서울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10일 1차 추경예산 편성 계획을 밝힌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법정전입금인 451억원 전액을 누리과정예산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예산은 인천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올해 9월까지만 내려줄 수 있는 금액이다.
누리과정 보육료 지원을 중단한 전북도교육청은 전북도가 누리과정 사태 해결을 위해 넘겨주려한 184억원을 교육청 추경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에는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9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협의회를 열고 의무지출경비 편성 거부 결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에 대한 법률적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육대란을 피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이제 정부가 책임지고 정치권이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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