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결과 앙심 품은 60대, 커터칼 공격…대검 중수부장 지낸 검사장 출신 변호사 피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변호사가 소송 결과에 불만을 지닌 6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했다.
생명은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송을 둘러싼 변호사 대상 폭력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를 변호한 경험이 있는 박영수 변호사(63)는 17일 0시께 서울 반포동 자신의 법무법인 건물 앞에서 공업용 커터 칼을 든 이모(63)씨 공격을 받았다. 이씨는 박 변호사 얼굴과 목 부위를 공격했다. 박 변호사는 피습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박 변호사 측은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과거 소송과 관련해 앙심을 품었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건설을 운영했던 이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씨와 금전문제로 소송을 벌였다. 정씨는 이씨를 분양대금 횡령, 배임·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씨는 석방된 이후 정씨를 위증교사로 고소했지만, 정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씨는 정씨 사건을 수임한 박 변호사가 전관(前官) 출신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판단한 뒤 앙심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찰청사 앞에서 박 변호사를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 시절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을 지휘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 시절 조직폭력배를 잡던 검사였지만,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 생명의 위협을 받는 보복 범죄에 노출되고 말았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변호사 사회에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인 임제혁 변호사는 "서울변회에 전관 문제와 관련해 진정이나 민원이 들어오는데 대다수는 추측이거나 억측에 가깝다"면서 "주변 변호사들을 보면 진정이나 피소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이렇게 폭력으로 표출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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