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법인카드 부정사용 문제 풍자의 대상…징계는 재량권 남용해 무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재철 전 사장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PD에게 징계처분을 내린 MBC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MBC 라디오 PD인 안모씨가 MBC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안씨는 2013년 4월 자신이 연출하던 MBC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한 코너인 'MB님과 함께 하는 대충 노래교실'에서 김 전 사장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전 사장은 법인카드 유용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2013년 3월 사임한 바 있다.
개그맨 배칠수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 성대모사로 DJ 최양락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제목을 '사장이 나갔어요'라고 칭하거나 '법인카드로 집사줄게'라고 말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측은 "이 사건 프로그램은 신랄한 풍자와 해학으로 사랑받는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이 사건 대화 또한 시사문제를 전(前) 대통령의 성대모사로서 풍자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법원은 안씨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우리나라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인 피고의 사장으로 재직하다 퇴임하였으므로 단순히 사인(私人)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대화가 김재철이 퇴임한 직후 방송된 점, 풍자의 대상이 김재철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관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화는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2심도 MBC의 안씨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대화가 프로그램의 본래 성격과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점, 이 사건 대화의 풍자적 성격 및 표현형식 및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는 피고의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MBC의 상고를 기각했고, 이 사건 징계는 무효라는 원심이 확정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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