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턴ㆍ볼티모어(미국)=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보험사기방지법률로 인한 성과는 매우 큽니다. 실제로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자동차사고 보험사기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1년 반동안 보험사와 검찰, 경찰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응에 나섰죠. 이후 자동차 보험료가 1인당 200달러(약 22만원) 정도 내려갔습니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소재 세미나장에서 만난 데니스 제이 전미보험사기방지협회(CAIF) 총괄상무는 보험사기방지법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보험사기와의 적극적인 전쟁이 범죄를 근절시킬 수 있고 보험금 누수로 인한 소비자들의 보험료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 상무는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보험료가 올라가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국회의원들이 법적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미국 50개주 중 48개주에 보험사기법이 제정됐고 자동차, 건강보험 등 개별 보험사기에 대응하는 특별법들이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94년 폭력범죄규제 및 처벌법의 일부로 '연방보험사기방지법'을 제정했다. 이와 별개로 각 주별로 독자적인 보험사기방지법이 있거나 보험업법 또는 형법 내에 보험사기를 범죄로 규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렇게 촘촘히 짜여진 법률에 따라 보험사기 발생시 강력한 형사 처벌이 이뤄진다. 이런 법률들의 기초는 CAIF 등 보험 관련 단체들이 제공했다.
CAIF는 1993년 보험사들이 재원을 마련해 설립된 기관이다. 주요 회원은 주입법자, 검사, 소비자, 보험사 등을 대표하는 국내외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보험사기 관련 입법 활동과 관련 법규 제ㆍ개정, 보험사기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범국민 대상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하워드 골드블래트 대관 담당은 "협회는 정부를 상대로 해 보험사기방지법을 만들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물론 왜 보험사기범죄를 저지르는지에 대한 연구활동도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보험사기범죄를 예방ㆍ적발하기 위해 정부와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CAIF를 비롯해 주 정부 보험청 내 보험조사국(IFB)과 전미보험범죄국(NICB), 보험정보원(III), 보험사별 특별조사반(SIU) 등이 활동 중이다. 또 미국 법무부 산하 연방수사기관(FBI)과 NICB, 국제특별조사반협회 등이 공동으로 만든 전국보험범죄교육아카데미도 운영되고 있다.
각 주별로 보험사기를 규정하는 법은 조금씩 다르다.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 뉴욕, 오하이오, 텍사스 등은 형법을 적용하고 있다. 미시간과 유타, 플로리다, 워싱턴 등은 보험법으로 규정한다.
특히 뉴저지주에서는 형법과 특별법에 따라 보험사기로 판명될 경우 최대 징역 20년형을 선고하고 있다. 지난 3년간 3명이 보험사기 1급 중범죄로 판명돼 15년형을 구형받았다.
로날드 칠레미 뉴저지주 보험사기검사국 보험사기담당검사는 "보험사기는 선량한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를 훔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보험사기는 형법에 따라 처리하고 몇가지 심각한 범죄일 경우는 특별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저지에서 보험사기로 인해 한 가구 당 1년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를 계산한 결과 1300달러(약 145만원)로 조사됐다.
미국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연간 800억달러(약 89조원)로 추정된다. 미국은 보험사기방지법과 특별법 등으로 범죄를 예방하고 소비자들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등 관련 법안이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보험사기범의 징역형 비율은 22.6%로 일반사기범(45.2%)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이 일반사기범보다 약한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5997억원, 관련 혐의자는 8만4385명에 이른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5.6%, 9.4% 증가한 수치로 금감원에서 공식적으로 보험사기 규모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사상 최대치다.
제이 상무는 "보험사기방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입법주체들과 시민들에게 이 법을 만드는 일이 사회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단체들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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