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는 흠 있는 학생들을 모아 방치한 곳"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좁은 원룸에서 세 명이 집단 자살을 감행한다. 두 명이 죽고 한 명은 살아남는데 이들 모두 대안학교에서 밴드 활동을 하던 학생들이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각자의 사정으로 쫓겨난 이들은 꿈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밴드를 촬영하던 상철 역시 학교에서 목을 매고, 밴드 아이들을 괴롭히던 광호도 누군가의 칼에 맞아 죽는다. 형사 누구는 사건을 조사하고자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죽음이 주임 교사와 장학사의 탐욕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영화 '학교반란'은 대안학교 내 학생들의 절망을 그린 영화다. 여기서 뜻하는 대안학교란 위탁형 대안학교로서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맡아 교육하는 곳이다. 카메라는 수업시간, 유대관계, 취미활동 등 대안학교 학생들의 일상을 쫓는다. 6개월간 대안학교 교장으로 지낸 송동윤 감독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15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송 감독은 "그 아이들은 주류에서 밀려나 사회의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됐다. 나는 그들이 '이런 학교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자문하며 절망을 배운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 대안학교 학생들의 꿈과 희망, 방황과 좌절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교사와 학급 친구를 향한 무례한 태도는 물론 자살, 살인, 성폭행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작품이다. 송 감독은 "자살하고 칼로 찌르는 부분은 픽션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거의 일치한다"고 했다. 학생이 교사에게 하는 질 낮은 질문이나 무질서한 교실 분위기는 대안학교의 실제 모습을 따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충격적인 장면들이 난무하는데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대안학교 내 감시와 통제가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극중에서 장학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교육감 선거 출마에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그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 상철을 고용해 카메라로 일상을 찍어내고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장을 동원해 끊임없이 통제한다. 송 감독은 "내가 대안학교에 재직할 때 나뿐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 역시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지 않는지 의심했다"고 말했다.
더 나쁜 결말은 없을 것 같다 할 정도로 영화의 끝은 어둡고 무겁다. 송 감독은 결말이 충격적이긴 해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흠 있는 학생들이 흠 없는 학생들을 오염시킬까 두려워, 어른들은 흠 있는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방치했다. 일등만이 생존할 수 있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더 쉽고 빠르게 절망을 배우며 가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송 감독은 "그 아이들은 스스로 세상에 버려진 존재라고 믿는다"며 "상처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일반 학생들보다 더 좋은 시설에서 많은 관심과 치유와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6월25일 개봉.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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