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안심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하는 이야기를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내 모 종합병원. 이 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감염 위험에서 일반환자들을 해방시켰다는 161개 '국민안심병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만난 환자나 의료진의 표정은 '안심'과 거리가 멀었다. 정부가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마련한 국민안심병원은 호흡기질환자를 일반 환자와 진료 단계서부터 분리, 메르스 전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최고의 의료수준을 가진 병원마저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생긴 국민적 불신을 극복하고자 만든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첫 발을 내딛은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우선 선정과정이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0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국민안심병원을 처음으로 언급한 이후 실사과정 없이 5일 만에 문을 연 것은 비상상황임을 감안해도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국민안심병원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병원들이 '위험 병원'으로 인식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로 전국의 의료기관이 한산해지는 와중에 이같은 오해가 자칫 2차ㆍ3차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안심병원은 선별진료소 설치, 1인실 입원 등의 문제에 대해 실사 없이 서류신청만으로 급조됐다"며 "또 나머지 병원은 안심할 수 없는 병원인 것으로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충청남도 등 일부 지역에선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국민안심병원을 '선별진료병원'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메르스 극복의 지름길은 국민적 신뢰다. 안심병원마저 뚫리면 메르스를 극복할 수 없다. 보다 철저한 감독과 관리로 안심병원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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