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놀라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경호원들이 땀을 뻘뻘 흘렸다", "시민들이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응원을 해줬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인기 자랑을 늘어놓는 청와대의 브리핑이 빈축을 사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대문 상가를 방문한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대통령의 인기가 굉장했다고 강조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주말을 맞아 쇼핑에 나선 시민들은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놀라며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근접 경호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경호에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또 "시민들이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거나 응원을 해줬다"며 시민들이 "진짜 박근혜 대통령 맞아? 대박!!", "대통령 파이팅, 힘내세요" 등을 외쳤다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많은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는 대통령을 직접 보기 위해 기다렸고 연신 휴대전화 셔터를 눌러대며 촬영을 했다고 전한다.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대통령을 보여주기 위해 안거나 목마를 태우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시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사진 촬영에 성공한 사람들은 기뻐하기도…"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청와대는 또 상인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고 묘사했다. 상인들이 "더운데 우리들을 도와주시려고 일요일인데도 나와 주셨네요. 대통령 최고!!", "다른 바쁜 일도 많으실 텐데 여기까지 와 주셔서 고맙다", "중국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너무 없어 어렵다", "너무 어려운데, 대통령님이 잘 해결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좀 낯 뜨겁지만 워낙 인기가 국제적이라 설명은 또 이어진다. 대변인은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몽골, 중국인 등 외국인들에게도 사진촬영을 요청받았다"며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한국 대통령과 사진을 찍게 돼 놀랍다"는 소감까지 남겼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의 인기를 묘사하는 현장 분위 설명은 구구절절 계속된다.
청와대의 브리핑은 마지막에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흡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대변인은 "건물을 나오는 길에 도로 맞은편에 있던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고 일부는 환호와 함께 손을 흔들기도 했다"며 "이를 본 대통령이 차에 바로 타지 않고 길을 건너 기다리던 시민들과 반갑게 악수했다. 2층 카페에 있던 젊은 여성들이 손을 흔들자 웃는 얼굴로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셨다"고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서면브리핑이 뭉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대통령의 인기와 달리 한국갤럽 등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폭락 양상이 뚜렷하다. 한국 갤럽은 5일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인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전주보다 6%포인트 하락해 30%대로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비율은 34%, 부정 평가는 55%였다.
이어 지난 12일 발표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 33%, "잘못하고 있다" 58%였다. 1주일 전에 비해 긍정은 1%포인트 떨어졌고, 부정은 3%포인트 높아졌다. 30%를 박 대통령에 대한 '묻지마 지지층'으로 본다면 33%라는 수치는 거의 바닥이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인기를 선전하고 싶은 이유는 여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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