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도 받지 못한 채 같은 날 영면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50명으로 줄었다.
김외한 할머니(81)는 11일 오후 8시40분께 경기도 광주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30여분의 시차를 두고 경북 포항에 사는 김달선(91) 할머니가 오후 9시15분께 포항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
경북 안동에서 출생한 김외한 할머니는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가장 젊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로 끌려간 1945년 할머니의 나이는 불과 11세였다. 온갖 고초를 겪은 할머니는 전후 징용을 다녀온 남편과 결혼해 슬하에 4남 1녀를 뒀고 1998년 남편의 권유로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2012년 12월부터 나눔의 집에서 생활했었다. 지난해 아시아경제 기자와 만났을 때는 바지를 걷어 올려 무릎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다리가 아프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김달선 할머니는 1943년 흥해시장에서 일본 순경에 의해 경찰서에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했다.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혼자서 생선과 채소장사를 하며 어렵게 생활하다 1996년 주변의 권유로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했다.
김외한 할머니의 빈소는 경북 안동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김달선 할머니의 빈소는 포항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로 예정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 1월 황선순 할머니, 2월에 박위남 할머니, 5월에는 이효순 할머니가 별세했다.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평균연령은 88.4세에 이른다. 최고령 피해자인 김복득(98)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 맺힌 사죄ㆍ보상 요구에도 일본 정부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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