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한국인 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도쿄에서 상영됐다. 20년 전 촬영한 1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다시 편집해 만든 것이다. 감독은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도이 도시쿠니씨. 그는 첫 상영회를 마친 이 영화를 7월 중 일본서 개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7일 도이씨는 도쿄 히비야 컨벤션홀에서 '기억과 함께 산다'라는 제목의 영화를 공개했다. 이 영화는 도이 씨가 1990년대 중반 약 2년에 걸쳐 고(故) 김순덕(2004년 작고)ㆍ강덕경(1997년 작고)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명을 취재하며 찍은 영상으로 만들어졌다. 할머니들의 삶과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들었던 위안부가 된 경위, 위안부 시절과 해방 후에 겪은 고통 등이 3시간35분의 러닝타임에 빼곡히 담겨 있다.
도이씨가 20여년 만에 이 영상을 영화로 만들어 공개한 것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망언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군 위안부가 당시에 필요했다"는 등의 발언을 했는데, 도이 씨는 "이 사람에게는 할머니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그분들의 얼굴을 찍은 나로서는 공개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 책임감 때문에 도이 씨는 사재를 들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 직접 편집을 하고 방대한 분량의 일본어 번역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목표는 일본인들이 이 역사를 알게 하는 것이다. 그는 "가해국의 언론인은 제대로 사실과 마주해야 한다"며 "이 영화는 많은 일본인들이 봐야 하며 본 사람들이 할머니들을 만났다고 생각하면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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