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종목 외인 지분율 변동폭은 크지 않아
계엄령 놀란 뉴머니 이탈…도로 제자리
공매도 금지에 헤지 수단까지 부재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탄핵 정국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2월 한 달 새 1조원 넘게 금융주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의 역사적 등락을 지켜본 장기 투자자들만 자리를 지켰을 뿐 연초 이후 밸류업 정책 기대감에 유입됐던 뉴머니(신규 자금)는 빠르게 한국 증시를 이탈한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2월2~20일 코스피 금융업종에서만 1조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순매도 금액(2조9083억원)의 34.5%를 차지한다. 15거래일 중 이틀을 제외하고 내내 매도세를 유지한 것이다. 코스피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전기·전자에 이어 세 번째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주는 밸류업 동력 상실 우려에 낙폭을 키웠다. 시가총액 상위주인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이달 2일 78.0%에서 19일 76.8%로 1.2%포인트 하락했다. 신한지주는 61.0%에서 60.2%로, 하나금융지주는 68.17%에서 67.89%로, 기업은행은 14.88%에서 14.50%로 하락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45.74%에서 45.89%로 상승했다.
최근 은행주의 부진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은 엇갈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당도 많이 주고 안정적인 금융업종에서마저 외국인이 떠난다는 건 한국 증시에 대한 믿음 자체가 흔들렸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종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경기반등 신호가 나오기 전에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별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금융소비재팀 수석연구위원은 "은행주는 연초부터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으나, 12월 들어 큰 폭의 조정을 시현했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인 지분율 변동은 제한적으로 장기 투자자 중심으로 은행업에 대한 시각은 크게 훼손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헤지펀드나 외국계 자산운용사 등 일종의 뉴머니가 올해 밸류업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밸류업 정책을 잘하는 대형 금융주들에 투자를 단행했지만,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떠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전통적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공매도가 금지된 한국 상황에서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없는 자금은 한국 외 대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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