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과 엘리엇이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제일모직-삼성물산 간 합병 임시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 엘리엇이 '주주총회 무산'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주총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주주들의 의견에 따라 합병의 진행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표 대결로 합병 여부가 결정될 경우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양측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며 주주들을 설득 중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엘리엇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선 가운데 1차적인 지분확보 경쟁은 전일로 마무리됐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9일까지는 주식을 사야 11일 확정될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삼성물산 지분 추가 매입을 당부한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0.26% 보유한 네덜란드연기금(APG) 등 일부는 이미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케이씨씨(KCC)를 우호지분으로 확보,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는 지난 8일 삼성물산 주식 0.2%(약 230억원)를 시장에서 매입했다.
최근 4일 연속 삼성물산 순매수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와 합병 비율에 불만을 가진 국내 소액주주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삼성물산 일부 소액 주주들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안에 불만을 품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연대를 선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엘리엇의 우호지분이라고 단정짓긴 어렵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 "합병 비율에 불만을 가진 주주 상당수도 합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현재 주가에 합병 기대 효과가 선반영된 만큼 합병이 무산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차적인 지분 확보 경쟁은 사실상 끝난 만큼, 앞으로 양측은 기존 투자가들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서로 경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행보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 5일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에게 합병 반대에 동참해달라는 서한을 보내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합병안건이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으면 국민연금이 반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엘리엇 쪽에 서기도 부담이 커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이날 삼성 사장단이 매주 모이는 수요사장단회의에도 불참했다. 최 사장은 합병 비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윤주화ㆍ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은 합병에 대한 질문들에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김봉영 사장은 "잘 대응해야 한다"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각자 의견이 다르지만 주주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엘리엇의 주장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것이 주주가치를 높이는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