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박근혜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일가가 삼성물산을 공격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엇의 국내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첫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2011년부터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김 전 소장의 맏사위 최영익씨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고 장남 김현중씨도 해당 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서초동이 주류를 이루는 타 법무법인과 달리 여의도에 둥지를 튼 22명 규모 중소형 로펌이다. 인수합병(M&A)를 비롯해 사모펀드(PEF), 증권 등 금융ㆍ기업 전문 로펌을 지향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가깝게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디지털옵틱 등에 대한 투자자문을 맡았었다.
주력 구성원들은 삼성물산과도 인연이 짙다. 2004년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인 뒤 경영 참여를 저울질하다 팔고 떠나 '먹튀' 논란을 부른 헤르메스 법률자문을 맡았던 이들이 다수 포함된 탓이다.
헤르메스 법률대리는 과거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라는 법무법인이 맡았다. 법무법인 넥서스는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 소속 변호사들이 대거 옮겨와 둥지를 틀었다. 김용준 전 헌재소장의 사위인 최영익 대표변호사는 과거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의 설립을 주도하고 대표변호사를 맡기도 했다.
11년 전 최 대표변호사가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는 헤르메스의 법률대리를 맡아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경영권 참여와 여러 경영권 공격 작업을 할 때 자문을 한 바 있다.
이후 법무법인 우일아이비씨는 2008년 5월 법무법인 우일로 법인명을 바꾸었는데 최 대표변호사는 그해 12월 모든 지분을 양도하고 법무법인 우일을 떠나 리인터내셔날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그러다 그는 2011년 1월 법무법인 넥서스를 설립하고 공동 대표변호사를 맡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같은 최 대표의 이력 때문에 업계에서는 넥서스의 역할이 단순 서류 대행 업무 이상일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해외 투자회사가 같은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라는 점에서 일상적인 법률대리만을 맡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해외 투자회사들은 국내 변호사를 통해 정보를 얻고 전략을 짜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물산의 경우 역시 11년 전 투자회사와 최근 투자회사가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법무법인이 관련 전략을 짜고 경영권 분쟁 작업을 주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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