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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정부, 메르스 주의단계 왜 격상시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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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관련해 정부는 실질적으로는 '경계' 이상의 대응에 나섰지만 공식적으로는 '주의' 단계의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왜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위기경보 수준이 '경계'나 '심각' 등의 단계를 선언하지 않은 채 '주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는 주의단계이지만 실제 취하는 조치는 경계단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책본부도 주의단계에서는 원래 질병관리본부가 맡지만 현재는 복지부 장관이 총괄하고 있다. 민간과 지방자치단체, 관계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주의단계'지만, 정부의 모든 공식적인 대응은 '경계단계' 이상의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 발병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뒤 추가로 등급 조정에 나서지 않는 상태다.


정부의 공식적 설명은 현단계가 의료기관내 감염으로 지역감염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 장관은 "현재 메르스는 병원내 감염현상"이라며 "환자가 병원에서 감염됐고 지역사회 전파는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만 전파된 상태기 때문에 경보 수준 격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정부, 메르스 주의단계 왜 격상시키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서울 광화문 중앙청사 1층에 위치한 국민안전처의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정부의 방역대응 및 지원상황에 대해 점검했다. (사진제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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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정치권 등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은 7일 4+4회담에서 "위기경보수준의 격상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등급 상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이다.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부는 병원내 감염이기 때문에 2단계(주의)를 유지하고 지역사회 감염으로 넘어가면 3단계(경계)로 격상한다는 건데, 병원내 감염이기 때문에 2단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소규모 감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병원에서 병원으로 징검다리 식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격상시키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제도의 취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는 이와 유사한 훈련에서도 현단계 정도의 위기 수준에서는 위기를 주의 또는 그 이상인 심각단계로 격상했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확인한 정부의 '메르스 대응훈련'에 따르면 정부는 가상으로 중동지역 해외 여행을 다녀온 여행자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발견될 경우 메르스 '주의'를 발령하고, 환자 가족과 의료진에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 '경계' 발령을 내도록 했다. 아울러 전국적 유행단계(5개 시도, 39명환자 발생)시에는 정부가 발령할 수 있는 최고 단계인 '심각'을 발령토록 했다. 하지만 실제 정부의 대응은 이와는 다르다. 훈련에서라면 이미 '심각' 단계가 이미 며칠전에 발령됐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 대응 메뉴얼에 따르면 위기 경보는 관기관(보건복지부)은 소관분야에 위기 징후가 포착되거나 위기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그 위협 또는 위험의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자체 위기평가회의를 운영해 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위기경보 발령시 국가안보실(위기관리센터), 국민안전처 및 관련기관에 신속히 통보하고, 범 정부차원의 평가와 조치가 요구되는 수준(심각)의 경보 발령시에는 국가안보실(위기관리센터) 및 국민안전처와 사전 협의 하에 경보 발령하도록 했다. 따라서 복지부가 자체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등급을 거쳐야 하지만 주의 단계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위기 단계를 격상하지 않는 이유는 대외적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은 8일 이목희 새정치연합 의원의 긴급현안질의 답변 과정에서 "경계 단계로 올라가면 거기에 따른 국가 이미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등급이 올라갈경우 국가 이미지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위기 등급을 격상할 경우 외국에서는 한국에 여행 자제령 등을 발동하기 쉽게 된다. 미국, 러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민들에 대해 한국에 대한 여행 자제령을 직간접적으로 발령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경계 등을 발령할 경우 대외적 이미지 악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설명에 반론도 있다. 김 의원은 "대외 이미지 등을 생각한다면 단계를 선제적으로 올려서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등급 상향 조정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초동단계에서 메르스 사태를 진압했다고 주장하고 싶어서라고 본다"고 말했다. 등급 상향 조정 등은 정부의 대응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목상으로나마 가장 낮은 등급인 주의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야당관계자는 "정부가 등급 상향 조정 시기를 놓쳤기 때문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가 초기 대응에서 혼선을 빚으면서 이전에 등급을 상향 조정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못함에 따라 이제 와서 위기 등급 조정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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