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
CJ, 종자자원 시범재배…올 1조원 구매예정
SPC·농심·매일유업 등도 농업 협업에 팔걷어
농식품부 상생협력 추진본부 설립, 사업확대 나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종자 관련 법인 CJ브리딩을 출범시켰다. 쌀과 콩, 녹두, 고추, 배추, 참깨, 김 등 부가가치가 높은 우수 농수산물 종자를 연구하고 이를 농가에 보급하게 된다. 종자의 품종에 대한 기초연구는 학계와 정부 기관이 담당하고 CJ브리딩은 시험재배 단계의 연구개발을 수행한다. 또 농민이 재배를 담당하는 구조로 기업과 학계, 농민이 협업으로 경쟁력을 창출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CJ브리딩은 이미 콩나물용 콩인 CJ행복한1호를 개발, 작년 5월부터 제주지역 약 33만㎡(10만평)에 시범재배를 실시해 왔다. 지난해 30t을 수매했는데 올해에는 300t 수매가 예상된다.
아울러 두부용 콩인 대풍과 진풍의 산지를 단양과 영월지역으로 확대한다. 햇반용 쌀인 거대배아미는 아산시와 계약재배를 추진하며 배추와 고추 등도 산지 적용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충북 괴산과 강원 횡성, 제주에 쌀과 콩 종자를 재배하는 농지인 릫채종포릮 네 곳도 운영한다.
농식품 산업이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 단순 생산에서 가공과 유통, 판매가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해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잰걸음을 걷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기업의 동참도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CJ와 2013년부터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며 농가와 상생협력을 늘리고 있다. 2013년 7700억원이던 국산 농산물 구매 실적은 지난해 9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약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0억원 규모의 식품안전상생재단을 설립해 농가와 중소기업 20개사의 품질위생과 안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CJ오쇼핑의 1촌1명품 발굴 사업으로 70여개 농가가 300억원가량 매출을 올렸고,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을 통해서 국내산 식재료 발굴과 함께 새로운 수요도 창출하고 있다.
SPC의 파리바게뜨도 영천 미니사과를 활용한 케이크를 개발해 히트상품을 탄생시켰다. 미니사과는 일반 사과의 7분의 1 수준으로 작지만 영양은 10배나 되는 사과지만 불량사과 취급을 받아왔다. SPC와 손을 잡으면서 영천 미니사과는 2007년 30t이던 생산량이 2013년 120t으로 대폭 증가했다. 농가 수익도 연 8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밀 등 국산 농축산물을 6만3000t 구매한 SPC는 올해 7만t 이상 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작년 익산시와 쌀 소비촉진 상생협약을 체결, 연간 3200t의 찹쌀을 구매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과도 마늘 사용확대 협약을 맺어 연간 마늘 100t을 사용하기로 했다.
수미칩과 입친구 등 감자를 사용한 과자를 생산하고 있는 농심은 농산물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감자 과자류는 현재 19개국에 수출하면서 국산 감자 구매량이 2013년 1만6000t에서 지난해 1만7300t으로 신장했다. 또 지난 1월에는 감자칩 수요 증가에 따라 6000t을 추가로 구매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한우 사골을 사용한 신라면 블랙과 떡국면 등 신제품을 개발, 사골 사용량은 전년도 1.4t에서 15.9t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농심은 향후 100개국으로 식품 수출을 늘릴 계획으로 국산 농축산물의 구매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유업도 농가가 지분을 투자하는 상하농원을 설립하고 상생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상하농원은 광주교육청과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합의하면서 생산, 가공, 유통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너지도 기대된다. 특히 고창군과 2013년 2만2480t의 지역농산물을 구매한 데 이어 작년에는 3만5000t으로 늘렸다.
농식품부는 대한상의내 농식품 상생협력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농업계와 기업간의 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료구매, 수출협력, 공동출자, 종자개발, 제품개발 등 20건의 농업과 기업간 상생협력 모델을 발굴했다. CJ나 SPC와 같은 식품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이마트와 롯데슈퍼, 아시아나항공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에도 농업과 기업간 상생협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농식품부는 아모레퍼시픽과 공동출자 회사 설립 협의회를 갖고 한국다류수출영농조합법인을 설립을 지원했다.
아모레와 한국차생산자연합회를 포함해 하동군과 보성군, 구례군, 제주도가 참여해 공동출자했다. 이들은 차(茶) 수출을 위한 수출기지 인프라를 구축, 지난달부터 초도생산을 시작했다. 이 법인은 농가가 공동출자하는 협동조합으로 마케팅과 품질관리를 공동으로 실시하고 수출 이익은 기업과 농가가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상반기 내로 롯데쇼핑과 농산물 수출을 시작한다. 양파 공급과잉에 따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수출을 늘리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중국에 위치한 롯데마트를 통해 국산 버섯도 수출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내 롯데마트내 중소기업 우수제품의 해외유통망 진출지원을 위한 해외전시판매장(K-HIT PLAZA) 추가 출점을 10월 중에 마무리하고 가공식품 수출도 늘릴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기업의 수요에 맞춰 원료 구매를 늘리거나 유통업계와 해외 판촉활동에 나서고 종자개발, 관광업 등 농업과 기업 간 다양한 협력이 가능하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기업의 농업 참여 형태와 내용을 사례로 만들어 협력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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