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과학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이 인터뷰한 11명의 과학자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우리 수명의 한계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인가? 이 질문에 엘리자베스 블랙번(67) 미국 캘리포니아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교수는 "그 대답을 알아낼 수 있는 첫 번째 세대가 바로 우리"라고 답한다.
"우리는 과거에 있어본 적이 없는 안전한 환경에 사니까요. 우리 몸은 이런 환경에 적합하게 진화하지 않았어요.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심혈관계 질환으로 죽지만, 그 수는 줄어드는 추세예요. 건강한 생활방식 덕분에 심근경색 건수가 감소하고 있죠. 인간의 기대수명이 어디까지 연장될 수 있느냐는 질문은 거대한 실험이 답해줄 겁니다. 우리는 모두 그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실험동물이고요."
블랙번 교수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인간 불멸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단계에 와있는 셈이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 역시 꾸준히 길어지고 있으며,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어모털족(amortal 族)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생명 존재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하다. 우리는 누구일까? 어디서 왔을까?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독일 과학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50)은 이 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과학자 11명을 직접 찾았다. 신간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에는 철학적인 질문에 과학적인 답변을 내놓은 이들의 인터뷰가 모두 담겨있다. 저자는 이 인터뷰들이 "'자연과학은 블랙홀과 플랑크톤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견해'를 반박하는 증거"로 여겨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1976년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과학계의 스타가 됐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74)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슈테판 클라인은 그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설전을 펼친다. 도킨스 교수는 여러 차례의 날카로운 공격에도 '자연이 진화를 위해 이기주의를 선택했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해나간다. 예를 들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이 전투 중에 용감하게 행동하는 것은 희생 정신 때문이 아니라 여자들의 호감을 사서 번식 확률을 대폭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 최근의 위키피디아나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활성화된 것 역시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2007년 '복부 비만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된다'는 연구결과로 화제를 낳았던 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53)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와의 대화도 흥미롭다. '당신의 비만은 친구들의 탓이다', '친구들의 배가 나온다면, 원인은 당신에게 있다' 등 당시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한 덕분(?)에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비만인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한다. 인간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밝혀내고자 사회학자의 길을 택한 그는 비만뿐만 아니라 흡연, 행복감, 삶의 만족도, 공정함 역시 사람끼리 전염된다고 결론을 내린다. 독일인이 늘 불만이 많은 것도, 미국인이 항상 낙관적인 것도 사회관계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책에 소개된 11개의 인터뷰를 관통하는 주제는 '진화'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행동, 특징, 문제 등을 우리가 겪은 진화의 역사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또 '어떻게 하면 인간의 내면 혹은 주관에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공통적이다. 생물물리학자 크리스토프 코흐(59)는 뇌에서 의식의 전제조건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톨릭 신앙과 고통스럽게 결별한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 "언젠가 우리는 우리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컴퓨터를 제작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런 날이 오면, 우리의 뇌에 들어있는 모든 정보를 그 컴퓨터로 옮길 수도 있겠죠. 그러면 우리는 불멸하게 될 겁니다. 아쉽게도 나는 그때까지 살지 못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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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침팬지의 대모' 제인 구달(81), 신경철학의 개척자인 토마스 메칭거(57), 꿈의 생성 경로를 파헤친 정신과의사 앨런 홉슨(82)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인간 존재에 대한 수수께끼에 한 발 더 다가간다.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을 통해 깊이있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저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엄밀한 과학으로 우리의 주관적 경험, 곧 내밀한 느낌에 접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완벽한 답을 구하진 못했지만 저자는 "이 과제를 향한 첫걸음을 과감하게 내디뎠다"며 자평한다. 앞으로 이들의 뒤를 이을 후발 주자의 등장에 희망을 걸면서 말이다.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슈테판 클라인 /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1만6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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