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일본의 증시 상승세가 거침없다. 닛케이225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7% 넘게 올랐다. 지난해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25일 종가는 2만413.77로 지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기업 전체 시총은 591조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버블 붕괴 직전인 지난 1989년 12월의 590조엔도 뛰어 넘었다. 일본 증시가 세계 3위인 자국 경제 덩치만큼 커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저 약발이 다하면서 일본 증시가 지난 1990년대 겪었던 암흑기를 다시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증시에 버블 붕괴 시나리오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미국 CNBC 방송은 "일본 증시의 파티가 이제 막 시작됐다"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1분기에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인 일본 경제의 체력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과거 현금을 쌓아놓기만 했던 일본 기업들이 투자·고용 등으로 돈을 풀고 있다. 배당, 자사주매입, 인수·합병(M&A) 활동도 활발하다.
도쿄증시 1부에 상장된 기업 수는 지난 1989년에 비해 720개가 더 많아졌다. 일본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로 26년 전 60배를 크게 밑돈다. 일본 증시 버블 붕괴 직전에는 시총 순위 세계 10대 기업 중 8개가 일본 기업 차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 100대 기업 중 도요타와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등 두 곳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의 자국 주식 투자 확대,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등 일본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 랠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5월까지 닛케이가 2만2700선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2017년 4월 2차 소비세 인상 때까지 일본 증시가 조정기를 겪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1659선인 토픽스지수가 향후 12개월 내 1770선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은 특히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증시에 불을 지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상장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익이 평균 22%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국(8%), 유럽(5%)의 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CLSA증권은 최근 랠리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식 40%가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와 증권은 닛케이가 다음 달까지 박스권을 유지한 뒤 7월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9월께 2만2500선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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