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1일 독일의 노동개혁을 골자로 한 '어젠다 2010'을 추진해 유럽의 병자(病者)에서 건강한 여성으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이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1층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 특별 대담 :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에 참석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어젠다 2010'은 사회·경제 분야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실업자 등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한 노동구조 개혁으로 독일에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어젠다 2010'을 추진하게 된 것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독일의 경쟁력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시작했다"면서 "독일은 그 당시에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을 들었는데 현재 개혁을 통해서 아주 건강한 여자라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건강한 여성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어젠다 2010'의 핵심을 노동시장개혁으로 꼽았다. 독일은 임시직과 단축근로, 단시간근로 등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채용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을 펼쳤다. 고령화에 대응해서는 연금수령시기를 67세로 높였고 실업수당과 사회보장급여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에 대한 조언으로 "정치가들은 큰 시위가 일어나고 하면 두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개혁에 대해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다"면서도 "진정한 정치가라면 필요한 일을 관철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있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을 잃을지라도 필요한 일을 해야 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청년실업자 45만명 시대에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공식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 실업자까지 더하면 20%가 넘는 등 청년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실업자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독일의 어젠다 2010은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회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개함으로써 실업률 감소를 이뤄낸 성공적인 노동개혁 사례"라며 "우리도 사회구조 변화와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개회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축사에 이어 슈뢰더 독일 전 총리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발표 후 특별대담에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를 비롯해 권태신 한경연 원장,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장관, 방하남 전 고용노동부장관 등이 참여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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