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대타협 결렬 이어 107만 공무원연금 '변칙합의'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나주석 기자]기득권싸움이 또 다시 사회적 대타협을 가로 막았다. 노사정 대타협 실패에 이어 국가재정 파탄을 막겠다던 공무원연금 개혁도 밥그릇 싸움에 밀려 '변칙 합의'에 그쳤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2100만명의 이해관계가 걸린 국민연금까지 졸속으로 끼어 넣으며 향후 더 큰 '세대 간 갈등'을 예고했다.
4일 국회 공무원연금개혁실무기구에 따르면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구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사회적기구를 통해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는 내용 등을 논의하고 이를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107만명의 공무원연금을 손보려다 2100만명의 국민연금으로 불씨가 옮겨붙은 셈이다. 평균소득에서 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소득대체율을 높일 경우, 보험료율을 올리고 미래세대가 더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공무원연금개혁보다 더 큰 세대간 갈등이 우려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기득권 싸움으로 지지부진하자 전선을 넓혀 '정치적 물타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연금개혁은 오랜 논의와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속도의 논리가 지배했다는 평가다. 특위가 가동된 지 불과 5개월이 안되는 기간에 합의를 도출하다보니, 논의기간 내내 밥그릇 지키기에 골몰하다 협상종료시점에 와서야 쫓기듯 결론을 냈다. 성과 역시 개혁수지균형안으로 제시한 '김용하안'(394조원 절감)에 못 미쳐 추가적인 혈세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는 지난달 결렬된 노사정 대타협 실패 수순의 데자뷔였다.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말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큰 틀의 방향성이 담긴 대타협 합의문을 채택했지만, 3개월이라는 시한 내 대타협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 통상임금 등 현안에서부터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이라는 광범위한 과제를 단 3개월내 논의하려 한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노사정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각자의 권한확대와 방어에 치중하며 입장차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연이은 사회적 대타협 실패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그 만큼 낮다는 걸 반증한다. 오히려 사회적 기구를 통한 논의가 기득권 싸움을 위한 이기적 투쟁의 빌미로 이용되고 있다는 일침도 나온다. 구조개혁의 틀부터 잘못됐다는 평가도 있다. 조직의 기득권을 지키는 역할을 해온 대표자들이 기득권 버리기에 먼저 나서기 힘든 한계 때문이다. 국회 역시 표를 의식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개혁을 이끄는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할 때 사회적 대타협은 불가능하다"며 "서로 한 발씩 물러나 공동체적 선의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대타협 정신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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