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기간 짦은 원액 사용 숨기려는 꼼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국내 유통 중인 위스키 제품에서 '연산' 표기가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12, 15, 17, 21, 30년 등 연산을 표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골든블루 '사파이어ㆍ다이아몬드', 롯데주류 '주피터 마일드 블루', 하이트진로 '더 클래스', 디아지오코리아 '헤이그클럽',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그란츠' 등에는 한 결 같이 연산 표기가 없다.
주류업체들은 저마다 "숙성 연도보다 제품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강조하기 위해 연산 표기를 하지 않는 것뿐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수요가 증가하면서 몰트 원액량이 줄고 있는 것이 무연산 위스키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등 여러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위스키의 연산은 원액의 숙성 정도를 뜻한다. 예컨대 '발렌타인 17년산'의 경우 원액이 17년 숙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산 표기가 없다는 것은 연산을 표기한 위스키보다 숙성 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원액을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주법에 의하면 곡물 증류원액을 3년 이상 숙성시키면 위스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3년 이상 12년 이하의 원액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스카치위스키 협회도 위스키에 연산을 명확히 표기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류 정보를 공유하는 김선규(41)씨는 "17, 21, 30년 이상을 숙성한 원액이라면 굳이 연산 표기를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연산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주류업체들이 원가절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스키의 원가는 상당 부분 원액이 차지한다"며 "주류업체들이 연산이 낮은 원액을 사용하면서도 이전과 똑같은 가격정책을 가져간다는 것은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존 연산별 마케팅이 브랜드 집중도를 저하시키는 측면이 많았다"며 "연산 생략으로 브랜드 통합 마케팅이 더욱 효과적으로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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