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통상임금에 대한 하급심의 제각각 판결이 노동현장과 기업경영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최근 통상임금 하급심 판결에 대한 비판적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선고된 하급심 판결에서 대법원 판결에 부분적으로 반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선고된 부산지법의 '르노삼성 사건'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이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에게 '일할 계산'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경우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판시한 바 있다.
한경연은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소급 지급 청구를 불허한다는 전원합의체의 '신의칙 요건'을 판단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원은 기업의 추가부담 총액 중 인건비 비중,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인상률, 당기순손실, 당기순이익 등을 기준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건비에서 추가부담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질임금인상률이 크지 않더라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노사정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타협이 최종 결렬된 상황에서 통상임금 문제는 5월 임단협과 맞물려 개별기업의 임금체계 개편도 어렵게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노조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집단소송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적용되지 않은 최근 17개월치 통상임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당시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법정수당만을 인정하고, 약정수당과 근로기준법을 초과해서 지급하는 금액을 공제했다. 노사는 이미 1심 판결에 항소한 상태다. 여기에 노사가 임금협상을 앞두고 고소,고발전까지 벌이고 있어 회사 경영을 위협하는 파고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 3월 말까지 노사가 합의한 통상임금 해법을 찾지 못하자 현대기아차그룹의 다른 18개 노조와 함께 조정신청을 했다. 행정지도는 노조법상 노동쟁의 상태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불법파업이 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중노위 결정에도 올 임단협 교섭에서 다시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한경연 연구원(변호사)은 "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에서도 통상임금 입법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사안"이라면서 "입법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업계가 겪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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