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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장사꾼' 신평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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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을 평가하지만, 기업들 의뢰비로 먹고사는 업체

'칼자루 쥔 장사꾼' 신평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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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2011년 미국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내놓은 리포트 하나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한다는 내용이었다. 직후 열린 우리나라 코스피는 하루에만 4% 가까이 급락했고 아시아 증시를 비롯 유럽 증시까지 폭락했다. S&P의 사례는 신용평가사와 신용등급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신용등급의 오르내림에 따라 기업은 물론이고 한 나라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나타냈다.

신용평가사는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평가해 등급을 책정한다. 주로 채무상환 능력을 따지는데 한 마디로 '부도 안 나고 돈 떼이지 않을 확률'을 알려준다. 등급은 AAA부터 D까지 모두 18개로 나뉜다. AAA~BBB-가 투자등급이고, BB+ 이하는 투기등급이다. 투기등급은 다른 말로 정크본드(junk bond)라고도 한다. 표현하자면 쓰레기 수준의 채권이니 조심하라는 소리다. 정크본드의 장점(높은 금리)만을 강조한 하이일드채권(high yield bond)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국내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3사가 신용평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연간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정도인데 3개사가 각각 300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올린다. 이런 과점 체계가 지난 십수년간 이어져왔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신용평가 3사에 대한 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대표이사는 중징계를, 회사는 경징계를 받았다. 등급을 의뢰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등급 장사'를 해왔다는게 이유였다. 등급을 미리 알려줬거나 등급을 강등할 때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내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신용평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의 매출 비중은 등급 의뢰비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돈을 받고 등급을 내주는 것이니 자연스레 기업의 눈치를 보게 된다. 등급 산정을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국내서 채권을 발행할 때는 최소 2개 신용평가사에게서 등급을 받아야 한다. 신용평가사가 3개이니 1개사는 배척될 수 있다. 거래에서 빠지는 1개사가 되지 않기 위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들에게 일부 등급 장사를 해왔다. 그렇더라도 엄연히 신용등급을 내주는 주체는 신용평가사인데 '을'이라고 봐야 하냐는 의문이 든다. 신용평가사들은 "돈 받는 입장이 무슨 갑이냐"고 하고 기업들은 "등급에 벌벌 떠는 우리가 무슨 갑이냐"고 반박한다. 시장에선 신용평가사에게 갑과 을의 성격이 모두 섞여 있다고 본다. 현금보유량이 많고 굳이 채권 시장에 연연하지 않는 회사들은 신용평가사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급전이 자주 필요한 기업들은 눈치를 봐야 한다. 수개월 단위로 기업어음(CP)을 발행하던 동양이 대표적 사례다.


신용평가사들은 시장에서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신용등급은 과거 재무제표를 포함해 미래사업의 가능성과 경영진 리스크까지 포괄적으로 평가해 산정한다. 어느 정도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만큼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2011년 S&P의 리포트에 전세계가 즉시 반응한 것도 S&P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현재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사의 등급 리포트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고 있다. '또 그렇고 그런 거래에서 나온 결과 아니냐'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여러 방안이 거론된다. 등급 평가를 돌아가면서 하는 '순환평가제도', 제3기관이 평가사를 지정하는 '의무지정제도', 평가의뢰 없이도 등급산정이 가능한 '무의뢰 평가' 등이다. 모두 신용평가사의 매출 다양화를 꾀하는 내용들이다. 무디스나 피치 등 글로벌 신평사는 전체 매출 중 등급 의뢰비 비중이 60% 가량이다. 그만큼 기업 눈치 보지 않고 등급을 내놓을 수 있다.


신용평가 시장을 바꿔보자는 주장은 지난 십여년째 매년 나온 얘기다. 매번 여러 주장들이 오갔지만 크게 바뀐 건 없었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존의 과점 체계가 주는 안정성이 좋았고, 정부 역시 구조 개선을 크게 이끌 요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낸 결과 지난 2013년 동양 사태로 개인투자자 5만여명이 입은 피해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적절한 신용등급을 내놓지 못한 신용평가사들의 잘못도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신용평가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변화가 일어날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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