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 현실화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조정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GS건설의 대규모 손실을 계기로 시작된 건설업계 저가수주 손실 악몽이 조선업에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기업평가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AA+)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나이스신용평가도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감시 대상에 등재했고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는 조만간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9일 현대중공업은 2분기 매출 12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에 2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에는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 1분기 영업손실 1889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대폭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올 들어 전날까지 41.4% 빠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의 주가는 같은 기간 26.3%, 29.0%씩 하락했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조선사 '빅3'를 포함한 업계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어닝쇼크가 저가 수주에 따른 손실 때문인데, 단지 현대중공업만의 일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김광수 한기평 평가3실장은 "지난해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상선시장이 최근 급격히 둔화되는 가운데 고부가 선종으로 분류되던 해양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가 나타난 점은 조선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손익 및 현금흐름 저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문제가 된 해양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점검하는 한편 '빅3'를 포함한 조선업종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해 향후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재웅 한신평 연구위원도 "선가 및 수주 추이, 육상 및 해양플랜트 시장의 경쟁 상황과 수주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중ㆍ단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운전자금 소요가 가변적인 상황에서 상각전영업이익(에비타)이 줄어들면서 총차입금/에비타,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될 것으로 예상돼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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