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예방 근본적 대책 아냐, 보육현장 불신 초래”… 보육교사 처우 개선 요구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지역 보육교사들과 관련 단체들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 법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보육교사협회와 인천보육포럼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보육교사들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고 불통의 시작”이라며 “유치원, 학교 등과 연대해 CCTV 설치 반대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CCTV 의무화 법안이 보육교사의 사명감을 무참하게 짓밟고 보육현장의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렸다”며 “CCTV 설치가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적이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CCTV가 아닌 사랑과 격려의 눈으로 아이들과 교사를 지켜보겠다는 선언이 필요하고, 열악한 보육교사 처우 개선, 보육의 공공성 확보 등 보육현장의 변화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학부모와 시민을 상대로 CCTV 설치 의무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7~12일까지 보육교사 200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향후 인천어린이집 연합회의 협조를 얻어 지역내 모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정정민 인천보육포럼 집행위원은 “정부와 정치권이 아동학대 예방의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않고 CCTV 설치가 해결책인양 호도하고 있다”며 “CCTV가 설치되도 교사 스스로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언제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소지는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하는 여건에서 보육의 질을 논할 수는 없다”며 “경력이 많고 사명감도 높은 교사들이 보육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이들의 처우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부모 등 국민적 여론은 보육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올 초 아동학대가 발생한 인천 A어린이집의 한 학부모는 “CCTV가 있으면 교사들 스스로도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테고, 부모들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CCTV가 설치됐다고 해서 아동학대 같은 안좋은 일이 뿌리 뽑히지야 않겠지만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린이집을 지도·감독하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일단 CCTV 설치 의무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아동학대의 예방 효과 보다는 신고나 제보가 있을 때 사후라도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CCTV가 설치돼 있으면 아동학대와 관련된 신고나 제보가 있을 때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교사들도 ‘감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 촬영된 화면을 보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는 방향으로 CCTV를 활용하면 좋을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어린이집을 신설하려면 CCTV를 설치해야 인가를 받을 수 있다. 또 기존 어린이집도 법 발효 3개월 이내에 CCTV를 설치해야 하며, 예외적으로 보호자 전원이 동의할 경우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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