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서 3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
[수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3년 만에 돌아온 친정. 전혀 낯설지 않다. 2010년 9월 "우리에게도 집이 생겼다"며 신나게 짐을 풀었던 수원 kt올레빅토리움이다. 박상오(34)는 이곳에서 환골탈태했다. 바로 맞은 정규리그 쉰네 경기에서 평균 31분24초를 뛰며 14.9득점 5.1리바운드 1.5도움으로 활약했다. 부산 kt의 정규리그 정상을 견인하면서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비결에 대해 그는 "조동현(39) 주장의 손에 이끌려 혹독한 훈련을 받은 결과"라고 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죠. 훈련을 매번 한 시간 일찍 시작했거든요. 주장이 먼저 나와서 보강 운동을 하는데 누가 숙소에서 쉴 수 있었겠어요. 긴장의 연속이었죠."
조동현은 박상오에게 유독 엄했다. 코트에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호통을 쳤다. "많이 혼났지만 이유가 있었어요. 당시 kt의 높이가 많이 낮았거든요. 저 같은 포워드들이 제 몫을 해야만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죠." 조동현은 따뜻한 선배이기도 했다. 팀이 크게 져서 선수단이 의기소침할 때면 부산 청사포로 모두를 데려가 조개구이를 안주삼아 소줏잔을 기울였다. 술에 취해 얼근해지면 후배의 움직임을 칭찬하며 격려했다. "인생 최고의 주장이었어요. 선수단을 정말 하나로 묶었죠. 그 끈끈함이 없었다면 정규리그 우승은 어려웠을 거예요."
오용준(35)과 맞트레이드돼 다시 만난 조동현은 지휘봉을 쥐고 있다. 지난달 7일 kt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상오에 대한 기대치는 3년 전의 그것 이상이다. 조 감독은 "여전히 낮은 kt의 높이를 보완해줘야 한다. 최고참으로서 코트 밖에서도 주장 조성민(32)을 도와 선수단을 잘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똑똑한 선수다. 스스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어떻게 매듭지어야할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다. 박상오는 "처음 kt로 가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떠오른 단어가 '솔선수범'이었다. '조 감독님이 주장이었을 때 했던 대로만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나만 잘하는 것은 의미 없다. 후배들이 모두 따라오도록 팀에 나를 맞춰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며 "힘들겠지만 이미 그 효과를 한 번 경험했다. 의심 없이 전진하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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