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하려는 자가 득실거리니, 그야말로 간신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역사상 '최악의 폭군'이라 불리는 연산군은 임숭재를 채홍사로 임명해 조선 각지의 미녀를 강제 징집한다. '최악의 간신' 임숭재와 임사홍 부자는 이를 권력 획득의 기회로 삼는다. 왕을 홀리기 위해 미색을 찾아 전국을 뒤진 그들은 결국 백정의 딸 '단희'를 간택한다. 단희는 왕의 마음에 들기 위해 1만 미녀와 함께 왕을 즐겁게 할 가무와 잠자리 기술을 수련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최고의 명기라 불리는 경쟁자가 있었으니 바로 후궁 장녹수가 택한 설중매다. 누가 최고의 색이 될지 겨루는 수위 높은 대결이 이어지고 이와 맞물린 피의 권력 다툼이 벌어진다.
영화 '간신'은 연산군을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 임숭재와, 조선 팔도 1만 미녀를 강제 징집한 사건 '채홍'을 새롭게 조명한 영화다. '간신'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시사회에는 민규동 감독과 배우 주지훈(임숭재 역), 김강우(연산군), 임지연(단희), 이유영(설중매), 차지연(장녹수) 등이 참석했다.
영화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남배우들의 연기 변신과 여배우들의 수위 높은 노출 연기가 줄줄이 이어졌다. 주지훈은 겉으로는 충신인 듯 하면서도 속으로는 권력을 탐하는 내면 연기를 선보였고, 김강우는 정신분열에 빠진 왕 역을 맡아 예술과 색에 미친 모습을 연기했다. 임지연·이유영·차지연은 단순한 노출 연기를 뛰어넘어 성적 노리개로 취급되던 조선 시대 여성을 표현해야 했다. 뮤지컬 배우 차지연은 '간신'으로 영화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었는데 농익은 연기와 함께 구성진 내레이션을 선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마주하는 방법은 각기 달랐다. 주지훈은 "감독님이 원하는 흐름이나 강약이 명확하게 있었기 때문에 디렉션을 열심히 따라가려 했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준비 과정은 재밌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어느 정도까지 표현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혼자 있을 때는 잠들 때까지 아주 우울한 음악을 계속 들었고 촬영장 갈 때는 아주 신나고 펑키한 음악을 들었다. 스스로 핀트를 나가게 만들어 놓으면 현장에 가서도 표현이 용이하게 나왔다"고 떠올렸다. 임지연은 "배우로서 당당하게 작품에 임하자는 노력을 했다. 촬영 전 감독님을 100% 믿고 따라가자고 마음먹으니 조금 편해졌다"고 했다.
간담회 내내 배우들이 영화 속 자신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묻어났다. 주지훈은 영화 속 자신의 역할을 '이음새'라고 표현했는데 "내 캐릭터는 인물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다리라고 생각된다. 여러 인물들과 계속 만나면서 관계를 헷갈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강우는 "연산군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죽음(폐비 윤씨)에 대해 알게된 뒤 정신적 성장을 멈췄다고 생각한다. 몸은 컸지만 정신은 크지 못한 이중적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며 "정신분열을 앓는 연산군이 숭재에게 죽여달라고 했던 건 유일하게 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영화 속에는 임금, 신하, 기생 등이 가지는 각기 다른 욕망들이 나온다. '간신'은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또 영화를 보는 관객에 따라 다른 눈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김강우는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흘러도 사람의 욕망은 변함이 없다. 모든 인물들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내내 흐느낀 이유영은 "촬영하는 내내 마음이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다"며 "잘못된 권력과 힘에 의해 희생되는 입장으로 영화를 봐 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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