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주 증시는 현재 유동성 장세에 큰 영향을 끼칠 대외이벤트들을 앞두고 조정이 지속되며 마감됐다. 지난 7일(현지시간) 마무리 된 영국총선과 다음날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를 앞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었다.
각각 글로벌 유동성 장세을 이끌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과 외국계 자금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통화정책 흐름을 좌우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국내증시 뿐만 아니라 주요국 증시 모두 조정을 겪었다.
지금까지 글로벌 증시 및 국내증시의 상승랠리가 탄탄한 기업실적과 경기회복세 등 펀더멘탈에 의한 계단식 성장이 아닌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유동성'의 힘에 의해 급격히 올라간 것이었기 때문에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발생하면 시장이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전망치인 1%에 크게 못미치는 0.2%에 불과했고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 역시 0.8%를 기록해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했다. 유동성의 힘에 높아진 증시고도를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책기대감이 소멸된 이후 급락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양적완화 정책은 '현대의 연금술'이란 별칭을 가지고있다. 새로운 산업을 유발시켜 경기를 직접적으로 일으켜세우는 것이 아닌, 시중에 지폐를 더 많이 찍어내는 것으로 경기유발효과를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적완화의 속성과 닮은 카드는 '마법사(Magician)' 카드다. 여기서 마법사는 고대 이후 돌로 황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화학적 실험을 거쳤던 연금술사를 의미한다.
카드 상단을 보면 수학시간에 많이 본 기호 하나와 만날 수 있는데 무한대(infinity)기호다. 이 기호는 17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기호지만 히브리어 알파벳의 첫 문자인 알레프(?)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기호다. 황소의 뿔모양에서 나온 이 문자는 황소와 같은 힘, 권위, 위력 등을 상징하며 숫자로는 1을 의미했다. 그래서 이 마법사카드에 붙은 숫자도 1번이다.
각국 정부가 펴는 양적완화 정책도 결국 그 나라가 가진 힘을 상징한다. 국가권력을 통해 지폐라는 종이로 경기회복세를 이끌어내는 현대의 연금술도 위력은 대단해보인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마법사, 연금술사가 마법에 성공하고 금을 만들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이들을 강하게 하는 힘은 무한대기호가 상징하는 또다른 의미인 '끝없는 도전정신'에 있다.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정책을 지속시키는 정부의 의지와 '지속가능성'을 투자자들이 끝없이 확인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이 영국총선이나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미국의 경제지표 등에 몸을 떠는 이유도 이러한 개별 이벤트들이 정부의 '의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경제수장에 앉아있는 현대의 '연금술사'들의 말 한마디, 행동하나가 초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일단 각국 정부가 지닌 의지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는 없다는 낙관적 판단이 강하다.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역시 시장 예상치를 약간 하회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호조도 아니고 경기후퇴 우려를 낳을만한 수준도 아닌 '골디락스' 수치였다는 낙관적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유가지표가 점차 안정돼 기업들의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고 유로존 및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관련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던 이벤트 영향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오는 11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14일 열리는 그리스와의 채무협상 등이 마무리되면 국내증시의 단기 조정국면도 마무리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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