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선수에서 캐디, 다시 선수로."
쉽지 않은 결정,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변신이다. 지난해 선수 전문 캐디로 눈길을 끌었던 여운아(23)가 주인공이다. '골프 명문' 대전체고 출신이다. 사실 아마추어시절에는 충남도지사배 우승 경험도 있는 기대주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민영(23ㆍ한화)과 양제윤(23) 등이 동기다. 여운아 역시 2010년 프로 전향을 했다.
하지만 정회원 자격을 얻지 못했고, 2013년에는 폐차까지 할 정도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래도 골프를 버리지는 못했다. 지난해 5월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송학건설오픈이 캐디 데뷔전이 됐다. 김우현(24ㆍ바이네르)이 'SOS'를 쳤고, 여운아의 도움으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 "우현이 오빠한테 두둑한 용돈까지 받았다"며 "내가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고 회상했다.
8월부터 전문 캐디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KGT에서 2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을 수상한 '고향 오빠' 송영한(24ㆍ신한금융그룹)의 든든한 도우미로 나섰다. 대전에서 어린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송영한은 "운아는 선수를 편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면서 "선수 출신답게 코스 공략은 물론 바람의 세기, 그린 경사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줬다"고 호평했다.
송영한이 결국 선수 복귀 배경이 됐다. "(송)영한이 오빠가 '다시 선수생활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여러 차례 권했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용기가 없었다"며 "주변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 당연히 새출발을 준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지난 겨울 태국에서 40일 동안 구슬땀을 흘렸고, 한국에 돌아와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오전에는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연습라운드, 오후에는 연습장에서 쇼트게임과 체력 훈련이 이어지는 숨가쁜 일정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에 전념하고 있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다.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KLPGA 3부 투어 격인 점프투어 시드전을 통과해 지난 6일 전남 영광골프장에서 열린 영광CC배 1차전에 출전했다.
"3부 투어에서 출발하지만 급하다고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여운아는 "서서히 정규투어를 향해 다가가겠다"며 "이 과정에서 프로캐디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고 있다"고 자신감을 곁들였다. 실제 송영한과 함께 일본 투어를 다니면서 선수들의 코스공략법을 몸으로 익혔고, 그린을 분석하는 '매의 눈'을 장착했다. "선수로 뛴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이번에는 후회 없는 프로생활을 하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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