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보금자리 마련, 일본의 포대 그린 공략 위해 고탄도 샷 담금질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지금은 업그레이드 중."
일본 열도 정복을 선언한 김하늘(27ㆍ하이트진로)이다. 7개 대회에서 모두 본선에 진출했고, 상금도 445만6000엔(4000만원ㆍ41위)을 벌어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만족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8승을 수확한 거물의 자존심이 상했다. 29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수연 언니가 지금 잘 하고 있다. (이)보미와 (신)지애도 첫 해는 누구나 힘들다고 격려를 해줬다"고 소개하면서 "그래도 속상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일본은 국내 코스와 세팅부터 다르다. 일단 페어웨이 한 가운데 소나무가 버티고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이 된다. 그린도 대부분 포대형이다.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이유다. "탄도가 낮아서인지 포대 그린에서 공이 떨어지면 서지 않고 튕겨져 나간다"는 김하늘은 "처음에 절망적이었다"며 "그래서 탄도를 높이는 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 진출해 '늦깍이 새내기'가 됐지만 인기는 국내와 버금간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편지를 주고 간 팬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도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한 팬은 예쁜 컵을 선물했고, "힘 내라"며 초콜릿을 건네는 팬들도 많았다. "나를 알아보는 일본 팬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너무 고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JLPGA투어는 동선이 길어 매번 비행기로 이동하는 등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호텔에서 생활하니 몸도 피곤했다. '떠돌이 생활'을 하던 김하늘은 다행히 지난 20일 도쿄에 집을 얻어 새 둥지를 틀었다. 자신만의 보금자리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골프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베이스캠프를 마련했으니 곧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국내에서도 '슬로우 스타터'로 유명했다. 코스 컨디션이 좋지 않은 3, 4월에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에서의 일상과 코스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초여름 대반전을 꿈꾸고 있다. "우승이 없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땀을 흘리며 노력한 결과는 반드시 나온다고 믿는다"고 웃음을 곁들였다. 국내 대회는 5월 말 E1채리티오픈 등판이 예정돼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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