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대선에 출마하려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도메인을 거액을 들여 구매할 예산도 마련해야 할 듯하다.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지난 3월 10만980달러(약 1억900만원)를 들여 '랜드폴닷컴(RandPaul.com)' 도메인을 사들였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폴 의원은 이후 이 도메인을 공식 홈페이지로 꾸몄고, 지난달 7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도메인은 지난해 한 경매사이트에 12만5000달러의 가격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패트릭 루피니 공화당 전략분석가는 "선거캠프가 도메인 하나에 이렇게 많은 대금을 지불하는 건 처음 들어봤다"며 "대선주자의 성과 이름으로 된 도메인을 갖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돈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폴 의원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이 도메인은 원래 그의 팬이 운영하던 것이었고 어쨌든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비용 문제로 닷컴 도메인을 구매하지 못한 경우 홍보도 문제지만 해당 도메인이 안티페이지로 돌변할 우려도 있다.
역시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경우 그의 이름을 딴 '테드크루즈닷컴(tedcruz.com)' 도메인이 민주당 소속 오바마 대통령 지지 사이트로 쓰이고 있다. 이 도메인에는 검은 배경에 회색 글씨로 '대통령 오바마를 지지합니다. 지금 당장 이민 개혁을 실시하라!'는 글귀만 쓰여져 있다. 크루즈 의원은 이 사이트를 구입하지 못해 공식 사이트를 '테드크루즈닷오알지(tedcruz.org)'로 등록했다.
출마를 선언해 공화당 내 힐러리 대항마로 부상한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회장은 '칼리피오리나닷컴(carlyfiorina.com)'을 소유하고 있지만 '칼리피오리나닷오알지(carlyfiorina.org)'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도메인 소유자는 "그녀가 HP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해고했는지 알리려 한다'며 해고당해 시무룩한 얼굴을 표현한 이모티콘 ':(' 3만여개를 올려 놓았다. 피오리나 전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모든 도메인을 살 수는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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