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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와 아부 사이‥아베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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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에서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직접 사과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미국민의 희생에 대해서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 미 의회 합동 연설에 나선 아베 총리는 이날 연설 초반부에서 2차대전 당시 미국인의 희생을 장황하게 언급했다.

그는 전날 둘러본 워싱턴 소재 국립 공원 '내셔널몰'의 2차대전 기념물에 새겨진 별(희생자를 상징)들을 상기시키며 "이들 금빛 별이야말로 자유를 지키려 일어선 자랑스러운 희생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공격과 관련해서는 "젊은 미국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며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한동안 거기서 묵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과 일본 국민 대신 2차대전에서 숨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게 깊은 경의와 영원한 위로를 보낸다"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기립 박수까지 받았다.


반면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행위가 아시아인들에게 고통을 주었다"며 "이를 외면해선 안 되니 역대 총리들의 관점은 계승하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 종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성 인정 및 사죄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되레 "전쟁이란 항상 여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든다"면서 일본이 여성 인권 보호에 앞장 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7년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 의원(민주)은 아베 총리의 연설이 끝난 뒤 "그가 일본군의 조직적 만행, 다시 말해 '위안부' 범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계속 회피했다"며 "이는 충격적이고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혼다 의원은 "아베 총리가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것은 20만명이 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위안부 피해자 소녀와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 힐(The Hill)'은 '일본 지도자의 2차대전 위안부에 대한 사과가 부족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솔직한 사과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 온라인판도 "아베 총리가 미군 희생자에 대해 애도를 표했으나 비판은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의 연설에 대한 해외 반응이 냉혹하다고 소개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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