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백약이 무효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올해 1분기에도 적자폭이 확대됐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역시 손실을 면치 못하고 적자폭을 키웠다. 영업손실은 192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889억원보다 1.9% 늘었다. 매출은 12조2281억원으로 같은 기간 9.6%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252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전 부문의 실적이 감소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선박 건조 물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수선박의 공정이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일부 공사에서 발주사와의 계약변경 합의가 늦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중공업은 일회성 비용인 퇴직위로금 1614억원이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도 적자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3조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실적 개선을 위한 모멘텀으로 대대적인 인력ㆍ조직개편에 들어갔다. 해양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를 합쳤고 그룹 내 조선 3사의 경영지원 유사분야를 통합했다.
인적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임원의 30% 가량을 감축하고 성과 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하는 한편 과장급 이상 1300명 가량의 희망퇴직도 진행했다.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갑작스런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내부 반발은 거셌고 결국 노동조합이 권오갑 사장 등 사측 교섭위원 4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짠물경영'에도 실적과 영업 성과(수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수주 규모는 30억1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이는 권오갑 사장이 올 초 밝힌 수주목표액 229억5000만 달러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서고 대우조선해양이 'CEO 리스크'에도 클락슨 보고서 기준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한 직원은 "이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 채용을 비교하는 글도 나돌고 있다"며 "내부 전반에 앞으로 더 성장할거라는 확신과 기대가 없다는게 가장 큰 위기"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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