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변화 속도는 제품의 혁신 요구와 맞물려 있다. 가장 빠른 변화의 속도를 가지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에서의 제품 혁신 요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혁신 요구에는 제품 차별화만이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IT산업에서의 제품 차별화는 소재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세계 각국은 글로벌시장 선점을 위한 첨단 혁신소재 및 부품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세기가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전자공학이 인류의 발전을 이끌었다면 21세기에는 그래핀 등의 나노카본기술이 와해성 기술로서 전 산업분야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우리 생활의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다.
나노카본 중에서도 21세기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은 1985년에 발견된 풀러렌(fullerene)과 1991년에 발견된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탄소동소체(carbon allotropes)의 하나로 흑연을 구성하고 있는 한 층을 의미하며 탄소원자들이 6각형 벌집구조로 배열된 2차원구조의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다. 그렇다면 그래핀이 꿈의 소재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래핀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응용 분야가 매우 넓기 때문이며 그래핀은 전류수송(구리의 100만배), 강도(강철의 200배), 투명도(98%) 등의 독보적 물성으로 2004년 그래핀을 흑연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는 방법이 보고되면서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주목받았고, 대면적 성장과 물성 제어 기술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그래핀의 물성을 이용한 소자로의 응용 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0년 영국 맨체스터대학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와 안드레 가임(Andrea Geim) 교수가 최초로 단원자층 그래핀을 분리하여 그래핀 물성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며 학계뿐만 아니라 산업계로부터 모든 연구 분야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바로 이러한 점이 그래핀이 와해성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래핀은 세계 각국에서 산업을 선도할 미래 핵심소재로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유럽은 2013년부터 Graphene Flagship Project(10년간 1조5000억원) 등을 통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래핀 관련 기초연구에 많은 연구자원을 투입하여 그래핀 기반 전자소자 등의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다수 창출했으며 특히 대면적 그래핀 기반분야에서는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우리 정부도 2013년부터 그래핀 기술선점을 통한 신시장 창출을 위하여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으로 '그래핀 소재부품 기술개발사업'을 출범하였다.
그러나 애초 기획과는 달리 실제 정부지원은 크게 축소되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선진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글로벌시장 선점이라는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미흡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공동으로 그래핀 사업화촉진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여 상용화를 위한 공백기술ㆍ중점기술을 중심으로 더욱 큰 틀에서 상용화 추진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핀을 안전하게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탄소나노튜브에서처럼 다양한 수준에서의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우주의 감초인 탄소의 많은 집합체 중에서 소재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그래핀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의 패스트폴로어(Fast Follower)형 타 산업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산업 초기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형 신산업의 창출이 가능한 최초의 산업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많은 국민적 관심과 지원으로 우리나라가 미래 소재산업 선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민 KIST 소프트혁신소재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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