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이 2년 만에 세계 3위로 내려앉았다.
21일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포트 4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489만6000CGT(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수정 환산톤수)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817만5000CGT, 삼성중공업은 501만6000CGT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만년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조선업황이 가장 활발했던 2008년 9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1443만1000CGT로 현재의 3배 규모였다. 삼성중공업 1133만CGT, 대우조선해양 1087만GCT 보다 300만CGT 이상 많은 일감을 보유하고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조선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신규 수주가 줄어들면서 2010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몇 달을 제외하고는 3위 자리를 전전해야만 했다.
2013년 4월부터는 신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면서 그해 9월 1위 자리를 탈환했다. 1년 간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저가 수주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1월 2위로 내려앉았다. 이후 4개월 만에 삼성중공업에게도 2위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물론 같은 계열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까지 합하면 여전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3월 기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소의 수주잔량은 각각 352만2000CGT, 336만8000CGT로 현대중공업 계열의 수주잔량은 총 1만1786CGT에 이른다. 클락슨리포트 역시 업계 정보에 의존해 수주실적을 산정하고 해양플랜트 등이 빠졌다는 점에서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핵심인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추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수주잔량은 올해만 하더라도 1월 5035CGT에서 2월 5026CGT, 3월 4896CGT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1분기 기준 신규 수주금액은 30억17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59억4900만 달러) 대비 반토막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잔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신규 수주보다 일을 끝낸 선박인도 물량이 많다는 의미"라며 "확보해놓은 일감이 줄고 있다는 측면에서 실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