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이완구 국무총리는 올들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굴곡의 시간을 보냈다. '성완종 리스트' 사태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이 총리가 다시 재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 총리는 지난 1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임기를 무난히 마치고, 총리 후보로 지명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던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아들 병역회피 의혹과 부동산투기 의혹에 이어 언론에 외압 행사 논란으로 벼랑 끝으로 몰렸다. 그는 적극적인 해명과 사과로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세 번이나 총리 후보를 낙마시켰던 현 정부와 여권의 절박함은 그를 총리로 만드는 데 힘을 더했다.
지난 2월17일 취임과 함께 이 총리는 그야말로 '광폭행보'로 내달렸다. 취임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그는 공직기강 카드를 내밀었다. 이 총리는 "장·차관들을 연간 2회 평가를 실시해 성과가 부족한 경우에는 해임건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함께 총리-부총리협의회를 열어 국정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면서 행정부의 힘을 본인에게 끌어당겼다.
이 총리의 결정적 한 수는 지난달 12일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담화 발표였다. '사회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대적인 사정정국을 조성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총리가 국정 주도권을 잡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들이 많았다.
특히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해야 하는 여권으로서는 이 총리가 총대를 짊어지는 것을 내심 반가워했다. 이 총리의 행보는 공공기관 개혁과 복지재정 효율화 등 경제부총리의 영역까지 넘나들 만큼 넓어졌다.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말까지 들렸다.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던지기 직전 남겨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 총리의 이름이 오르면서 사태는 급반전했다. 더욱이 경향신문이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에게 현금 3000만원을 줬다"는 주장이 폭로되면서 이 총리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돈을 받은 증거가 드러나면 목숨을 내놓겠다" 등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 거듭되는 말 바꾸기 논란으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야당은 총리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고,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남미 순방을) 다녀온 뒤 (사퇴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이 총리의 사퇴는 기정사실화 됐다. 이 총리는 앞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금품수수 사실이 확인돼 그의 정치인생이 끝날 것인지, 혐의를 벗고 재기할 수 있을 지는 자신이 주도한 사정의 칼날에 달렸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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