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파키스탄에 46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방아쇠를 당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20~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기간 이와 같은 투자 계획이 공식화 할 것이라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의 타스님 아슬람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20∼21일 파키스탄을 방문한다"며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460억달러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면 중국 정부의 해외 단일 국가 투자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이번 투자는 중국 신장자치구 카스(喀什)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를 잇는 3000㎞ 구간에 철도, 도로, 에너지 수송로 등을 건설해 ‘경제 회랑’을 만든다는게 핵심이다. 중국이 파키스탄 내 에너지 분야에 340억 달러, 기반시설 건설에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제 회랑'을 통해 중국은 경제 및 외교 영향력을 아시아 지역에 더 깊게 침투시키고 지역 안보 문제 해결에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게 된다. WSJ은 중국의 이번 파키스탄 투자가 중국의 아시아 교역·교통 통로를 확장하는 것 뿐 아니라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을 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파키스탄의 한 고위 공직자는 "이번 투자가 지역 경제 판도를 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과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 경제를 연결시킬 수 있다. 30억 인구의 대형 경제 밸트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중국판 '마셸플랜'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실행의 시작점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교향곡과 같은 일대일로 계획은 지역 경제에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구축은 부드러운 멜로디로 교향곡의 첫 부분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중국의 파키스탄 투자는 아시아에서 빠른 경제 성장력으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인도를 견제하는 데에도 효과를 낼 전망이다. 게다가 파키스탄과 인도는 오랜 기간 앙숙관계다. 이슬람교와 힌두교 간의 종교적 대립 뿐 아니라 양국 국경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에서 교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