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정보 주석 회기말 기준 탓 평잔대신 말잔 기재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들이 사업보고서 일부 내용에 '평잔'(평균 잔액)이 아닌 '말잔'(말기 잔액)을 기재해 정보 왜곡을 낳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5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공지된 은행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은행 사업보고서 주석에 기재된 지준예치금이나 요구불예금, 기한부예금 등이 모두 말잔으로 공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말잔은 예금 이자 계산방식을, 평잔은 적금 이자 계산방식을 말한다. 예금은 갖고 있는 목돈을 은행에 넣어 이자를 받는 개념이기 때문에 말잔 기준으로 이자가 산정된다. 반면 적금은 다달이 일정액을 넣어 목돈을 만들목적으로 쌓는 돈이기 때문에 평잔으로 이자를 받는다.
문제는 평잔기준으로 봐야 하는 재무정보가 말잔 기준으로 공시돼 있으면 정보 왜곡을 낳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신한은행의 지난해말 지준예치금은 5조6687억원으로 1년새 80% 늘었고, 하나은행의 지준예치금은 2013년말 2조4433억원에서 2014년말 4조5873억원으로 87% 상승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해당은행 관계자들은 "말잔으로 보면 은행이 방만하게 재정운영을 한 것처럼 비치는데 평잔으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준예치금은 은행들이 그달 예금의 규모와 구성에 따라 평잔 기준 지준율에 맞춰 쌓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말잔 정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고혈압을 체크할 때 주기적으로 잰 수치의 평균이 중요하지 특정시점의 혈압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지준예치금 같이 평잔 기준이 중요한 항목을 말잔으로 기재하면 정보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통해 '평균잔액'은 쓰도록 하고 있고 은행들도 원화자금, 외화자금, 대출채권 등을 평균잔액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 '주석'에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의 내용에는 정보효용성 차원에서 평잔 기준으로 공시하도록 한것인데 반해, 지준예치금을 쓰는 주석은 회기 말 기준으로 작성되는 재무제표를 보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말잔기준으로 공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회계사는 "정작 중요한 정보는 주석에 공시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석에 나오는 정보도 기준을 따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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