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그리스가 오는 24일 구제금융 분할금 72억유로를 받기 위한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을 앞두고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그리스는 이달 24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와의 협상에 실패하면 5~6월 IMF에 25억유로 채무상환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스는 약속대로 지난 9일 IMF에 4억4800만유로를 상환했지만 5, 6월 IMF에 갚아야 하는 돈이 25억유로를 넘는다. 당장 다음달 1일 2억300만유로를 갚아야 하고 12일 7억7000만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6월에도 상환해야 할 16억유로 부채가 있다. 그러나 정부 곳간은 바닥난 상태다. 당장 이달 공무원 월급과 연금 조차 제 때 지급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한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막다른 골목 끝에 다다랐다"면서 "유럽이 그리스를 구제할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디폴트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FT는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 가능성을 내비친 것을 두고 오는 24일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기 위한 협상 전술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16년간 유지된 유로존의 안정이 무너질 수 있는데, 이를 두려워 하는 국제 채권단을 압박해 72억유로의 구제금융 마지막 지급분을 받아내려는 속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를 떠나 그리스가 텅 빈 곳간을 끌어안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그리스 은행 폐쇄, 자본통제, 경제 불안정 확대 등이 동반돼 사실상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살아남기 힘들 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그리스는 그렉시트에 더 가까이 내몰리고 있다"면서 "아주 긴 책의 마지막 챕터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리스는 지금 결정적 위기"라고 현재 그리스 상황을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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