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나무가 가진 담백하고 따뜻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예작품들. 나무를 조각해 새와 나무를 만들고, 정다운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자작나무 판에 아름드리 거목을 새긴 것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오는 14일부터 9월 13일까지 선보일 최승천 작가의 '시간의 풍경' 전시 작품들이다. 이 미술관에서 소개하는 공예부문 3번째 전시이자, 목공예로는 첫 전시다. 한국현대목공예의 선구자 최승천(81)의 회고전이다. 1960년대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대표작 120여점이 나온다. 전시는 나무가 가진 고유 속성뿐 아니라 동양에서의 나무가 지닌 정신적 특성을 작가만의 조형언어로 구축한 작품세계를 4개의 섹션으로 나눠 보여준다.
'은유로서 자연'은 작가가 공예가로서 도약하는 시기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1970년대 기(器)의 형태에서부터 ‘새와 나무’를 모티브로 하나의 목조형체로 정형화시킨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 '본질을 묻는 오브제'에서는 자연을 형상화하는 순수 조형단계를 넘어 나이테를 여러 방향으로 추출해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들의 반복을 보여주는 독립된 오브제들이 전시된다.
'행위와 공간의 조형' 섹션에서는 자연적이고 유기적인 조형 그대로를 이용한 아트퍼니처(Art Furniture) 작품 '새가 있는 풍경' 시리즈가 소개된다. '참으로 존재하는 아름다움'에서는 입체에서 평면작업으로 변모하면서 보이는 작가 특유의 적극적이고 강렬한 색채를 엿볼 수 있다. 동시에 작가의 조형적이고 실용적인 작품과 소품들로 이루어진 3개의 콘셉트(다실, 거실, 안방)를 지닌 공간을 전시장 내에 배치해 우리네 일상 속 공예를 보다 가까이 보고 느낄 수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나무의 변화와 성장 속에서 생명과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와 의미를 발견하고 그 흔적을 아로새긴 한국 현대 목공예의 근간을 엿볼 수 있다"며 "찰나의 장면과 내면에 깃든 이야기를 우리네 삶과 결부지어 독자적이고 대담하게 재현해낸 작가의 삶, 자연과 인생에 대한 관조적 태도는 한국 목공예의 동시대적 흐름과 앞으로의 방향을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2-2188-60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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