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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협 결렬…홀로 나선 정부 "이중구조 개선 입법 추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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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협 결렬…홀로 나선 정부 "이중구조 개선 입법 추진"(종합)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노사정 대타협의 의미 등을 적은 수첩을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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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홍유라 기자]정부가 노사정 대타협 결렬에도 불구하고, 협상 과정에서 공감을 이룬 청년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통상임금 범위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연착륙 등에 대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당장 이달부터 개별기업의 임금단체협상이 본격화되는 만큼, 노동계의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내년 정년연장제도 시행에 앞서 임금체계 등 주요 현안을 정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6개월 이상 공들여온 노동개혁이 실패로 끝날 경우 박근혜정부의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배경이 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결렬 선언에 따른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브리핑을 갖고 "한국노총이 협상재개의 선결요건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노사간에 근본적인 시각차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완전합의를 이루기까지는 그 기일을 기약할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4월9일 6면 '정부, 노사정 대타협 차선책 마련 기사' 참조>

먼저 정부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정년안착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에 대한 입법을 추진한다. 통상임금은 노사정이 공감한 것과 같이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개념정의와 제외금품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또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일몰을 전제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은 입법 1년 후부터 4단계로 나눠 적용하고,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한 뒤 4년 후에 특별연장근로를 계속 할 것인지 검토하는 일몰제를 도입할 것"이라며 "정년 안착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도 큰 방향에 대해 공감한 만큼 현장에서 안착될 수 있도록 컨설팅 등도 강화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고용 관련 법제도 개선 ▲최저임금 관련 제반 쟁점사항에 대한 종합 개선방안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근로시간 상한선 수준 등 방안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 개선방안 등은 관련 당사자를 포함해 노사정간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또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결렬 배경이 된 근로계약 해지 기준 명확화, 취업규칙 내 임금체계 개편 반영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이 장관은 논의 과정에서 정규직 해고가 쉬워지고 근로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거듭 해명했다.


이 장관은 "오해와 불신으로 인하여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결코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고 근로조건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근로계약 해지를 둘러싼 불명확한 기준과 절차로 인해 수많은 분쟁과 소모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법령과 판례에 입각해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건수는 2012년 1만1444건, 2013년 1만2805건, 2014년 1만2996건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60세 정년제 도입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 법 개정 당시의 취지와, 판례를 감안해 개별 기업의 여건에 맞게 취업규칙에 반영할 수 있도록그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해 상위 10% 고소득 임직원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기업도 그에 상응하는 기여를 해 청년 채용규모를 확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장려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 및 원청기업이 중소협력업체와 성과를 공유하여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 장관은 "불합리한 차별은 금지하고,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가급적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지원하면서, 인건비 절감만을 이유로 한 비정규직 남용은 억제하여 향후 비정규직 규모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도 강화한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은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실업급여 기간이 짧아 최소기간을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리거나, 급여 수준을 평균 50%에서 올리는 것 등에 (노사정이) 공감했다"며 "예산당국과 구체적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대상 확대, 지급수준 인상, 실업인정 심사 강화 등 종합적인 개선 방안은 6월까지, 출퇴근재해의 산업재해 인정 방안, 감정노동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은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정부가 단독으로 주요 과제에 대한 입법추진 등에 나서겠다는 차선책을 밝힘에 따라 향후 노정 갈등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이미 오는 24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타협 결렬을 선언할 당시 "일반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 기간 연장 등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사정이 몇가지 이견있는 부분을 제외하곤 서로 교감했다고 본다"며 "교감한 부분에 대한 실천에 대해서는 (노동계가) 반대투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입법해야 할 사항은 노사정위원회나 다양한 노사간 대화 통해 협의 해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극한 투쟁은 안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기국회 전에 노사정 간 논의해서 방향을 마무리 하고 정규직 개편 입법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이 합의서에 서로 서명한 것은 아니라 합의된 게 없다고 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누가뭐래도 공감대 형성됐고 몇가지 쟁점은 안된 건 맞다"면서도 "합의된 공감대형성 부분은 후속 입법하거나 예산확보 통해 시행하고, 큰 방향이 합의됐지만 후속으로 논의해서 입법해야 하는건 그렇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크면 클수록 근로자들에게도 손해고, 기업경영도 불투명하기에 더더욱 청년에게 어려움 가중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입법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가장 절실한 통상임금 개념 명확화, 근로시간 단축 부분은 큰 개념에서 노사정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국회가 이른 시일 내 입법해주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일자리 확대와 개선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타협이 지난달 시한 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결렬까지 간 데는 노사정이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타협은 22%에 육박하는 청년 체감실업률을 낮추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좁히자는 데 시작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먼저 테이블을 박차고 나선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와 정부, 노사정위원회까지 책임론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애초에 정부가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등 민감한 이슈들을 3개월 만에 합의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당장 한국노총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총파업 카드를 꺼낸데 이어 협상 테이블을 먼저 깼다는 점에서 합의의 기본자세를 져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경영계는 먼저 고용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사회적 책임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요구에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다.


정부 역시 논의 시작단계에서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다 쓰며 협상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타협 실패 후 단독으로 추진하는 입법과정 등에서 노정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으며 각종 논란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다. 노사정 논의를 주도했던 노사정위는 또 다시 무용론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시한내 대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결렬된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고 송구스러운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비록 최종 대타협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동안 치열한 논의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노사정간 의견접근이 이루어진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과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합의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산업현장에서 노사의 실천이 관건"이라며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논의과정에서 공감대를 이룬 내용은 노사가 적극적으로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대타협 논의는 지난해 8월1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특위를 구성하면서부터 개시됐다. 작년 9월 1차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역할을 논의하고 3개월여에 걸친 논의 끝에 12월23일 구조개선의 기본방향을 담은 대타협 합의문을 채택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약 6개월간 96회의 특위 회의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며 끝내 결렬됐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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